임옥 목사와의 결혼생활

임옥 목사와의 결혼생활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임옥 목사와의 결혼생활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20일(화) 16:00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가정에서 나는 성격이 좀 급하고 음성도 큰 편이었으나 임 목사님은 큰 소리 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다. 언제나 가만가만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조용 이야기 하셨다. 또 조심스런 몸가짐이 몸에 배어 있어서 집에서도 발뒤꿈치를 들고 걸을 정도였다. 일평생 이런 자세로 조심조심 사셨다. 날마다 가정예배는 대체로 남편인 임 목사님이 인도하셨다. 성경 한 구절을 읽고 기도드렸다. 수요일과 주일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니 가정예배를 따로 드리지는 않았다. 임 목사님은 주일 1,2,3부 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저녁 찬양예배까지 참석하고 또 하루 종일 각종 모임을 주관하셨는데, 밤에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어떤 때는 밤이 늦도록 책상에 앉아서 성경을 보는데, "목사님, 주무세요"라고 권하면, "다음 주일 설교제목을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응답하셨다. 이러한 대답을 듣는 나는 '목사직이란 참으로 힘든 것이로구나!'라고 되새겼다. 설교 원고를 탈고하고 설교 내용을 큰 소리로 읽고 또 읽으며 고쳤고, 심지어는 화장실에 원고를 가지고 들어가서 수정하곤 하셨다. 내 생각에 직장 여성이 사회활동으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족 건강과 생명에 대한 사명감을 소홀히 해선 아니될 것이다. 가족의 건강은 가정주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본 나는 매일 퇴근길에 시장에 가서 내일 먹을 음식을 준비하여 집으로 들어갔다. 도우미가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도와주었지만 장거리는 직접 내 손으로 준비했다. 주식을 비롯하여 생선이며 채소며 과일까지 직접 보고 내 손으로 싱싱하고 건강한 것을 골라서 구매했다. 김치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담갔다. 저녁시간까지 학교 일을 끝내지 못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날에도 새벽 1시까지 김치를 담갔다. 내 가족은 오직 목사님 뿐인데 그분의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한 내 일상생활은 어머니 마음, 곧 모성의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남편 임 목사님은 음식에 대해 타박하거나 짜증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맛이 있으면 조금 더 먹고 음식 맛이 없거나 입맛이 없으면 조금 적게 먹었다. 그분 역시 어떤 경우에도 아내인 내가 식탁 준비에 정성을 기울이기를 원했다. 직장생활과 바깥 활동으로 늘 분주한 나는 남편이 원했고 나도 또한 마땅하다고 여겼기에 음식 준비를 내 손으로 직접 하였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빵 한두 조각에 차와 과일, 채소로 준비했고, 오전에 밖에서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맞추어 시장을 보고 집으로 와서 음식을 준비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리 크게 부부싸움할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삶의 이력을 가졌던 두 남녀가 부부가 되어 한 집에서 사는데 다투고 싸울 일이 어찌 없었겠는가? 부부의 다툼은 대개 아주 사소한 일에서 발생하곤 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방이 임 목사님의 서재였는데 목사님은 서재에서 설교준비를 하셨다. 임 목사님의 설교준비 과정은 특이했고 많은 경우에 좀 유별났다고 생각한다. 주일설교의 주제를 잡으면 그 주제에 해당되는 책들을 책장에서 가려 뽑아내어 읽었고, 읽은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표시해 두었다가 메모지에 몇 줄 적었고 메모한 종이를 그 책의 갈피에다 꽂은 다음에, 그 책들을 책상 위에 수북이 쌓아 놓곤 했다. 책상의 자리가 모자라면 방바닥에도 책을 여기저기에 깔아 놓았다. 보기에도 어지러웠다. 그러면 그 상태로 한 주간이 그냥 지나가곤 했다. 방청소도 못하게 했다.
 
나는 깔끔하고 단정한 것을 좋아하는 성미인지라 그렇게 어지럽혀 놓은 방을 마냥 그대로 두고만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목사님이 잠깐 외출하신 틈을 타서 도우미와 함께 그 방에 들어가 깨끗하게 청소했다. 책장과 책상을 닦고 또 책에서 먼지를 털어 냈다. 이 과정에서 목사님이 책을 쌓아 둔 위치가 약간 바뀌었다. 몇 시간 뒤 밖에서 돌아온 목사님은 깨끗하게 정리된 서재를 고맙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을 어디로 치웠으냐고 화를 벌컥 냈다.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책을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도 내 허락 없이 그것을 치웠다"며 "그 책에 내가 설교 구상한 것을 메모해 두었는데 그 책이 어디론가 없어졌다"며 큰 소리로 화를 내셨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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