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원의 일상으로 본 목회자 유가족들의 고단한 삶

한 회원의 일상으로 본 목회자 유가족들의 고단한 삶

[ 교단 ] 목회자 유가족들의 삶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11월 13일(화) 16:07

한달에 70만원 수입… "그래도 은혜로 살지요"

   

목회자유가족협의회 김정미 부회장의 하루는 인근 인천만수복지관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 9시까지 출근한 김 부회장은 미리 예약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이불을 수거해 빨래를 한 후 탈수까지 마친 깨끗한 이불을 다시 집으로 가져다준다. 이외에도 복지관의 크고 작은 잡다한 일은 김 부회장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이 잡다한 일 중에는 매일 1백80~2백여 명의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의 일을 돕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래도 김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했던 가사도우미 보다는 일이 쉽다"고 "지금 이 일을 감사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활근로를 하며 그녀가 얻는 수익은 한달에 70~75만원. 김 부회장의 월급이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녀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다. 이 작은 돈으로 네 식구가 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은혜로 산다"였다. 최근에는 갱년기 장애가 심해져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고. 물론, 재정이 없어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2년간 약을 먹어오다가 최근에는 병세에 차도가 없어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첫째딸은 올해 한동대학교를 졸업해 사회복지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둘째딸도 역시 한동대 4학년에 재학중이라는 점이다. 둘 다 '애어른'이 되어 단 한번도 말썽 피우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해 대학에서도 장학금을 받은 기특한 딸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막내는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중학교 자퇴를 하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막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의 백혈병을 알게 됐고 세살 때 아빠를 잃을 때까지 불안한 유아기를 지낸 탓인 것 같아 김 부회장의 마음은 쓰라리기만 하다. 아빠를 잃은 후에도 엄마는 생계를 위해 매일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 양육자도 자주 바꼈다고 한다. "목사님이 계셨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라며 아픈 마음을 토로하는 김 부회장은 "원하고 기도하기는 막내의 아픔이 주 안에서 치유되어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004년 목사인 남편이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교회의 배려로 신학교를 다니면서 전도사의 신분으로 담임목회를 하게 됐다. 이 때가 그녀의 나이 서른일곱. 그러나 4년만에 교회를 떠나야 했고, 이어 인천의 한 교회에서도 교육전도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단독목회를 하던 그녀가 교육전도사로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가 시작한 일은 기초생활 조건부 수급자가 하는 자활근로. 책 배송, 간병가사 도우미 등 많은 일을 거치며 현재는 독거노인 이불빨래를 해주고 있는 것. 그래도 지금은 첫째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둘째도 졸업반이 되어 한시름을 놓게 됐다. 목회자유가족협의회 부회장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신입 회원들을 볼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더욱 아프다.
 
"젊어서 목사님과 사별하는 사모님들은 아이들이 어리고, 사회경험도 전무하다시피 해 정말 막막하고 힘들거든요. 최근에도 남편을 잃은 한 사모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이 돌아가시고 막내딸은 백혈병이라고 하는데 살길이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이미 겪은 일이라 얼마나 힘든 지 알거든요. 더욱 가슴이 아프죠. 그래도 목회자유가족협의회가 있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받을 수 있어요. 도움도 얻을 수 있고요. 참 감사한 일이에요."
 
끝으로 김 부회장은 "목회자유가족협의회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사무실을 개소하고 이사회 발족도 눈 앞에 두고 있는데 앞으로 회원들의 일자리 알선, 어려움 겪는 자녀들을 위한 대책 등 더 외연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교단 산하의 많은 교회들이 목회자 남편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들을 기억하고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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