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서점과 출판사의 상생

기독교서점과 출판사의 상생

[ Book ] 서점과 출판사의 상생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1월 06일(화) 09:49
건강식품 판매 등 생존 위해 자구책 펼치는 서점들 향해 출판사들 쓴소리
"책 권하고, 책으로 이끌고 … 讀者 개발만이 공동의 살길"

미국 전역에는 1천5백 여개의 기독교 서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약 5배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주요 서점들이 하나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현금 결재를 기본으로 신중하게 아이템을 선정하기 때문에 지역 서점마다 입고된 책의 종류도 다 다르다.

지난 8월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회장:노점수) 정기총회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현재 전국 8개 지회, 3백23개 서점이 회원사로 등록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년 전에는 3백58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매년 총회 때마다 회원사 명단을 새롭게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독교 서점들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노력 만큼 가시적인 결실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 서점이 'OO기독교백화점'이란 이름으로 기독교 서적 뿐 아니라 CCM 음반, 성구 액자, 헌금 봉투, 주보 용지 등 다양한 기독교 용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광주의 한 기독교서점에서는 건강식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성경ㆍ찬송과 건강식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기독교서점협의회 차원에서도 '상품의 다양화'를 주요 추진사업으로 내걸고 "교회부흥을 돕고 성도들의 영적 성장과 실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선교의 사명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음반이나 기독교 용품 등 현저히 수요가 감소한 품목들을 대체할 새로운 상품을 계속 유치할 것"이라고 권장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독교 서점의 '상품의 다양화' 정책을 바라보는 출판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기독교출판협회 한 관계자는 "책을 파는 '북셀러(Book Seller)'가 아니라 리테일러(Retailer, 소매상)가 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점들이 고객을 책으로 이끌고, 책을 읽게 하고, 책을 권하게끔 독자 개발에 더 힘썼으면 좋겠다"며 "출판사들부터 싸게 받아 팔면 된다는 생각만 하고 고객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서선교인'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고 있는 기독 출판사와 서점은 가까운 것 같지만 사실은 먼 관계다. 기독교출판협회, 기독교서점협의회, 기독교용품제작사협의회 등 3개 단체가 문서선교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서선교의 날'을 제정, 문서를 통한 복음전파라는 명목으로 협력을 꾀하고 있지만 가격으로 결정되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온라인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과거와 달리 출판사가 갑, 서점이 을이 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지만 서점은 "잘 팔리는 책을 싼 가격에 공급받고 싶다"는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급자에게 가격 할인을 요청하기보다 독자 개발에 노력해달라. 최종 목표가 독자라면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독자들은 감소하고 있지만 2백여 개 기독교출판사에서 연간 1천6백여 종의 신간 서적이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이중에 소위 '살아남는 책'은 10% 미만이다. 기독교출판협회 김승태회장은 "스마트폰 중독으로 책 읽는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삶의 패턴이 완전히 변하고 있는 가운데 독자 개발을 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문화 사이의 중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디지털 환경에 맞춘 콘텐츠 개발 등 획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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