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에 서면

가을 들판에 서면

[ 문화 ] 시-가을 들판에 서면

추영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2일(금) 15:37

[동인시단]

생명들 가다듬는 바람의 호흡 타고
금쪽같은 햇살 오신다
나락 익는 냄새 무럭무럭
습기를 말아 올리고
땀방울이 살붙이 같은
빠듯한 살림의 무게도 
바람결 새소리 듬뿍 쏠리다
너그러운 품으로 가득 밀린다
호흡 있는 것들마다
불어넣은 생기

생육하고 번성하라 태초의 말씀으로
고개 수그리는 속찬 것들
가난한 이들의 상으로 겸손하게 오르는 계절
지상의 그득한 들판에 서면
부자의 상 밑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먹던 거지
나사로를 안던
그 손을 생각한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 먹을 양식
알곡과 가라지를 추수할
낫과 검을 든 손
떨리며 생각한다

추영희 / 실로암교회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11회 시 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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