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과 가정

나의 결혼과 가정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나의 결혼과 가정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30일(화) 16:35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제 내가 살아온 일생 가운데서 나의 결혼과 가정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나의 남편 임옥목사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 마흔이 넘었다. 그때 임 목사님은 49세였다. 목사님을 직접 만나보기 전부터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드문드문 단편적으로 그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신학교 선배이신 여러 여성 교역자들이 임 목사님과 동년배이셨고 또 함께 일한 적도 있어서 주로 그분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주선애교수도 임 목사님을 잘 알고 계셨다. 그때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임 목사님이 서울 도원동교회에서 담임으로 교역하셨고(1950년대) 젊은 목사가 설교를 썩 잘한다는 소문이 났으며 30대 나이에 벌써 총회에 총대로 나갔다는 정도였다. 1960년대 중반에 내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정신여자중ㆍ고등학교에서 일할 때였다. 임옥 목사님은 이때 미국에서 목회하고 계셨다. 나는 영락교회에 다니면서 성경공부반을 맡아 가르치고 있었는데 한번은 내 반에서 성경을 배우는 어느 권사님이 나를 찾아오셔서 빙긋 웃으며 중매를 서겠다고 하셨다. 나도 웃음으로 대답하며 그냥 지나쳤다. 한 두어 번 그렇게 스쳐 지나가듯 말을 던지다가 어느 날 권사님이 정식으로 말씀을 꺼내셨다. 지금 미국 시카고에서 목회하는 임옥 목사님을 소개하려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이 임옥 목사님과 가까운 이웃사촌으로 지내셨다. 권사님은 임 목사님과 친척처럼 가까우셨고 또 나랑 같은 교회에 다니시니 우리 둘 사이를 이어주는 중매쟁이 노릇을 자쳐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좀 생뚱맞게도 "목사하고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교역자와 결혼해서 목사의 사모가 되는 일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사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으나 나 자신이 목사의 결혼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반 신학교에 다닐 때도 가까이 지내는 전도사님이 나에게 자꾸 신학생을 소개해 준다기에 "전도사님, 저는 신학생에게 시집 안 가요."라고 딱 잘라 말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권사님이 "목사도 목사 나름이지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충거하셨다.
 
그 권사님은 계속해서 아주 간절하게 나에게 임옥 목사님을 소개하셨다. 권사님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게 된 나는 어느 때부터 임 목사님을 알만한 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먼저 나와 신학교 동기생인 남녀 교역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왜 내가 그분에 대해 관심을 갖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슬쩍 말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어서 "누가 좀 알아봐 달라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임옥 목사는 설교 잘하고 노회활동을 많이 해서 30대의 젊은 나이에 벌써 총대로 나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이 미남이고 잘 생겼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의 생김새가 훤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여전히 나는 임옥 목사를 만나 보라는 권사님의 권유를 피하곤 했다. 그러던 차에 내 동생(이연신) 부부가 영락교회에 다녔는데 나를 중매하려는 권사님이 이제는 동생 부부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두 사람의 나이 터울도 참 좋고 여러가지로 참 잘 맞을 것 같은데. 언니가 도무지 목사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버티니 동생이 좀 나서서 언니를 설득하다"고 하셨다. 이에 동생 내외가 임옥 목사에 관하여 나름 알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두 내외가 임 목사님에 대하여 무척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동생 내외까지 합세해 나를 설득하고자 나섰다. "언니, 임옥 목사님이 너무 좋은 분이라고 하는데 무조건 거절만 하지 말고 한번 만나보는게 어떻겠어요? 만나보고서 안 할 수도 있는데 만나는 것조차 거절할 필요가 뭐 있어요?"라며 설득했다.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동생 부부가 그 권사님께 나의 중매를 부탁하는 형세로 바뀌었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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