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허락 회고

여성안수 허락 회고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여성안수 허락 회고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9일(금) 10:47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런 방식으로 대략 20년 동안 나와 여전도회 회원들이 힘쓰고 애쓰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1994년 장로교회 교단(예장 통합)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허락했다. 총회장 김기수목사님이 이것을 위해 동분서주 애쓰셨다. 김 목사님은 경상북도 출신으로서 안동에서 평생 동안 목회하신 교역자시고, 그 지역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전통사회 질서가 아직도 강하게 지배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 어른이 지역의 교역자로서 지역 정서를 거르스며 "내가 총회장으로 있을 때 여성 안수를 통과하도록 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잡수셨다.
 
해마다 가을에 개최되는 총회에 여성 안수 건이 상정되었다. 해마다 이 안건을 표결로 붙이기 전에 여성 안수에 대하여 설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총회장 김기수 목사님은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이 안건을 다루셨다. 즉, 이 안건은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인데 뭘 또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사전 토론을 생략하자고 제안하면서 "그저 설명없이 찬반투표하는 것으로 이 안건을 결의하자"고 유도하셨다. 그러면서 아주 독특한 안동 사투리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끄셨다. 그러고는 "여러분들, 이번엔 투표용지에다가 가(可), 부(否)로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에 '가'하시는 분은 이걸로 표시하고"하면서 허공에 손가락으로 큰 동그라미를 그리셨다. 또한 "'부'하시는 분은 이걸로 표시하십시오"하면서 역시 손가락으로 허공에 아주 작게 가위표를 그리셨다. 총회 사회자로서 그렇게 표시하신 뜻을 총대들이 '찬성하는 큰 동그라미' 쪽으로 투표하라는 암시였다. 손가락 표시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이미 눈치 채고 있던 총대들이 장내가 떠나가도록 폭소했다. 그리고 그 결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가 드디어 여성 안수 건을 통과시켰다. 총회장 김기수 목사님의 말씀대로 장로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교회 여성의 입장에서는 60년을 기다려 온 여성 안수가 드디어 총회에서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직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이 있었다. 총회가 결의한 여성 안수건을 노회가 받아서 수락하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총회장 김기수목사님이 크게 수고하셨다. 1994년도의 총회 폐회 직후부터 이분은 지역 노회들을 방문하는 기회가 올 대마다 총대들에게 "내가 경상도 사람으로서 총회장이 되어 (여성 안수 건에) 역사적인 사건을 이루려고 하는데 노회가 나를 힘껏 도와달라"고 호소하셨다. 특별히 영남지역 노회들을 방문할 적에는 이것을 더욱 강하게 강조하셨다. 그 결과, 전국의 노회가 노회마다 2/3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에서 가결된 여성 안수를 받아들였다.
 
교단의 총회에서 여성 안수가 법제화된 다음, 1996년에 여성 교역자 7명이 안수를 받아 목사로 장립함으로써 첫 여성 목사들이 탄생했다. 나는 산고를 겪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나의 신학교 후배인 첫 여성 목사 안수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다음 해부터는 여성 장로들이 교단 총회의 총대로 선출되었다. 장로교회(예장 통합) 제82회 총회(1997년)에 여성 장로인 정인화(서울노회), 안정옥(안양노회), 정희경(서울강남노회) 등 여전도회 회원들이 총대로 선출되어 참석했다. 제89회 총회(2004년)에서는 김희원장로가 첫 여성임원(부회록 서기)으로 선임되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여전도회 전국연합회의 역대 회장이 교단 총회의 임원으로 선임되고 있다.

이연옥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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