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 건축과 명예회장 추대

회관 건축과 명예회장 추대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회관 건축과 명예회장 추대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25일(화) 14:52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땅, 곧 하나님께서 미국 장로교회를 통해 은혜로 베풀어주신 대지에 여전도회의 회관 건축이 착착 진행되었다. 장차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여전도회 회원들의 구심점이 될 회관이고, 이 회관에서 한국교회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 여성 의식을 고취하고 여성 지도력을 강화하여 여성 지도자로 거듭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망 속에서 공사가 진행되었다.
 
드디어 1986년 12월 말 지상 14층에 지하 4층의 건물이 완공되었다. 우리가 이 건물의 인수인계를 받은 날짜는 그 이듬해 1월 15일이었다. 건축비가 총 88억 원이 들었는데 이 가운데서 약 40억원을 여전도회가 모금했다. 한국교회여성들의 기도와 땀이 결집된 모금액이었다. 나머지 건축비 가운데서 약 40억여 원은 이 건물에 입주하는 기관이나 회사의 임대료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 임대료의 보증금을 미리 받아 건축비로 썼다. 그런데 완공된 건물을 인수인계 받을 때, 건축비 10억 원이 아직 모자랐다. 때문에 헌당식을 곧바로 갖지 못했다. 건축비를 완전하게 다 갚고 나서 현당식을 가지기로 했다.
 
회관 건축이 완공된 지 3~4년이 지났고, 건물에서 비어 있는 사무실 공간들을 하나둘씩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았고, 은행이 건물 1층으로 세 들어 오면서 거액의 보증금을 내니 그동안 미처 갚지 못한 건축비 10억 원을 다 갚게 되었다. 이때가 1990년 초반이었다. 그제야 미뤄 두었던 헌당식을 9월에 하기로 했다.
 
헌당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건축의 과정을 회고하며 건축의 역사를 집필했다. 또 한 번 역사자료 남기기를 시도한 것이다. 여전도회의 회관건축이 어떤 배경과 동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공되었는지 기록으로 남겨서 다음 세대의 여전도회 회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이 집필 작업을 주로 집에서 했는데, 1990년 봄부터 여름 내내 그 작업에 몰두했다. 그때만 해도 실내 에어컨을 설치한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사는 목사 사택에도 물론 에어컨이 없었다. 남편 임옥 목사는 무엇이든지 절제하고 아끼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에어컨을 구입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로 여름 한 달만 잘 참으면 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런 환경에서 나는 하루 종일 선풍기 바람을 쐬며 여전도회의 건축역사를 집필했다. 곧 9월 초순에 헌당식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나는 더위와 싸워 가면서 집필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선풍기 바람 때문에 안면신경통을 얻어맞았다. 나의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가까스로 헌당식 날짜에 맞추어 집필 원고가 책으로 출판되었고 나는 헌당식 자리에 참석하였으나 한쪽으로 돌아가 버린 입을 감추느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 있어야 했다.
 
회관 헌당식은 잔치 분위기 속에서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드리고 요란한 박수 소리로 떠들썩하게 진행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여전도회가 나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여 추대식을 거행했다. 명예 회장직은 여전도회의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없었고 또 여전도회의 헌장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을 것인데 지금의 여전도회는 내가 회관 건축에 특별한 공을 세웠다고 인정하고 나에게 건축 공로표창을 수여하는 대신 나 한 사람으로 한정시켜서 여전도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한다고 선포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명예회장으로 지내오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 종로교 연지동에 14층 높이의 건물로 우뚝 서 있는 여전도회회관은 한국교회 여성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건물의 위치 또한 예나 지금이나 한국교회의 중심에 있다. 이곳에서 초창기 내한 선교사들이 선교거점을 잡아 선교활동을 시작했고 그들이 살던 사택이 바로 이 자리에 있었으며, 정신여학교가 이곳에 있었고 경신학교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한국 장로교회의 요람이요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역사적인 자리에 여전도회 회관이 건립되어서 한국교회 여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회관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역사를 증언하고 그 역사를 계승해 나가는 상징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연옥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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