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허락

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허락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여전도회관 건축 회고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4일(금) 17:19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 장로교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미국의 장로교회는 자기네 방식으로 우리의 요청을 해석했다. 그곳의 장로교회 여전도회는 교단의 총회본부 건물 안에 실내 공간을 세 얻어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국의 여전도회처럼 한국도 그런 방식으로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해 왔다. 나는 한국 장로교회 여전도회의 조직을 규모 면에서 측정해 볼 때 미국 여전도회의 공간 사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별도 건물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건물은 교단 총회본부 근처에 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면담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다시 구상해 보며 그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했다. 특히 여성 안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그 뒤에 세번째 미국으로 날아갔다.
 
1982년 10월 24일, 이날 우리는 미국 장로교회가 우리의 꿈과 희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구두 통지를 받았다. 이것이 도무지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꿈이 현실로 바뀌어 나타난 날이었다. 이날은 내 평생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 되었다. 때마침 이날은 유엔 창립기념일이자 공휴일이었다. 이승만박사가 직접 미국 장로교회의 공문을 들고 와서 이 기쁜 소식을 알려 주셨다. 하늘로 날아오른 듯 상쾌한 기분이었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곧바로 나는 미국 장로교회와 약속한 여전도회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 장로교회가 우리에게 기증한 선교사 사택대지에 건물이 5채였는데, 그 사택들의 주인이 모두 떠나갔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으므로 건물이 텅 비어 있었다. 이 가운데서 선교사 마포삼열이 살던 집이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았다. 우리는 이 건물을 여전도회 평생교육을 위한 교실과 사무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건물의 아래 위를 툭 터서 교실로 개조했다. 1983년 3월 우리는 이곳에서 여전도회의 계속교육원을 개원했다. 제1기생의 교육이 시작되던 날의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계속교육원의 교육목적으로 다섯 가지를 내세웠다. 그것은 성서연구를 통한 복음적 신앙 확립,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 여성, 교회의 민주화와 여성관 정립, 여전도회 연합운동의 지도력 개발, 선교신학 정립을 통한 세계로 향한 선교여성이었다.
 
일년 뒤, 선교사 사택들을 헐어내고 미국 장로교회가 기증해 준 그 대지에 땅을 파고 고르는 정지작업을 했다. 드디어 1984년 9월 27일 여전도회회관을 짓는 기공예배를 드렸다. 작년에 개원한 계속교육원은 계속 진행되었는데, 근처에 있는 기독교회관의 공간을 세 얻어서 당분간 거기서 하기로 했다.
 
건축공사가 시작되자 그동안 진행되어 온 과정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기에 여전도회 회관을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가! 강남 압구정동의 땅을 정식 계약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총무 혼자 반대하고 나섰는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밀어붙였더라면 아마도 여전도회 회관이 압구정동에 건립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한 사람이라도 계약체결을 반대한다면 계약추진을 포기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총무가 계약체결을 반대했을 때 회계는 계약금을 갖고 있으니 계약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폈으나, 나는 총무의 의견을 존중하며 계약추진을 포기했던 것이다.
 
이 모든 과정들을 다 겪고 나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곳에 우리의 회관을 짓게 하시려고 여기까지 인도하셨다.(에벤에셀)"는 확신이 들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있는 이 자리가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들인 땅이 아니라 선물로 기증받은 땅이므로 하나님이 베푸신 기적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선교사 사택들이 있던 이 자리는 우리나라 장로교회가 태동한 요람이므로, 한국 장로교회 역사의 기초와 기반이 서려 있는 땅이다.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 여전도회 회관을 건축하게 되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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