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미국 유학을 떠나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유학을 떠나다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연옥 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05일(화) 14:28

미국으로 떠나가는 길을 밟으며 나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가슴 엑스레이 사진촬영을 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폐결핵이 성행했으므로 미국 유학생은 반드시 가슴 엑스레이 사진필름을 지참하고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사진촬영 판독 결과 내 가슴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나는 폐결핵을 앓은 적이 없었는데 엑스레이 사진에는 이 병을 앓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진 판독에 따라 나는 당장 유학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6개월 뒤에 다시 엑스레이 사진촬영을 하고 그 이전에 찍은 사진과 비교해서 양자가 동일하면 병을 앓고 지나간 흔적임을 증빙하게 되므로 그때서야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꿈꾸며 바라고 기대해 온 미국 유학인데 그 꿈을 한순간에 접어야 하다니... 참으로 참단한 소식이었다. 미국 유학인데 그 꿈을 한순간에 접어야 하다니... 참으로 참담한 소식이었다. 미국 유학을 이제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제 와서 그 길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에 깊은 우울감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러면서 도미 유학 송별회를 몇 차례나 열어 준 선생님들과 학교에 얼마나 미안했은지 모른다. 울면서 작별인사를 나눈 학생들의 얼굴이 번갈아 떠오르면서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김필례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내 사정을 다 들으신 교장 선생님은 아주 시원하게 말씀하셨다. "6개월 동안 학생들을 더 가르치세요." 교장 선생님은 나의 무거운 고민을 한마디 말씀으로 가볍게 만들어 주셨고, 내 무거운 짐을 가볍게 지고 가도록 해주셨다. 다시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깔깔대고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웃었다. 불과 얼마 전에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성경과목 선생님이 다시 교실에 나타났으니 아이들에게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무척 재미난 웃음거리였던 것이다. 그들의 웃음은 나의 좌절감이 극복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으나 나는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추스려야 했다.
 
의기소침하여 심리적으로 침체된 상태에 빠진 나를 따뜻하게 배려해 주신 분은 바로 김필례 교장 선생님이었다. 미국 유학을 새로이 준비하는 차원에서 영어를 개인지도 받으라고 안내해 주시기도 했다. 학교 근처에 선교사 가정 대여섯 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그중 옥호열 선교사 부인에게서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한 주간에 두 번 일대일로 영어를 익히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웃에 사는 선교사 부인들과 사귀게 되었고 그들은 내가 영어를 배우게 된 사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부인은 미국 리치먼드에 있는 장로교 소속 신학교(유니온 장로교신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녀가 나더러 웨스트민스터신학교로 가지 말고 자신의 모교에 지원해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로 가려는 큰 이유가 장학금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이 부인은 자신이 이 학교에 장학금을 주선해 볼 마음이 있는데 만일 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대뜸 나는 그렇게 된다면 추천해 주신 학교로 가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부인이 주선해 준 덕택에 나는 리치먼드에 있는 미국 장로교 소속 기독교교육대학원의 입학허가서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받게 되었고 게다가 매달 용돈 30달러도 받게 되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제시한 장학금보다 훨씬 더 나았다.
 
그러는 동안에 6개월이 지나갔고 두 번째 엑스레이 사진촬영 결과 입국비자를 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진 판독이 나왔다. 이런 일을 경험하며 전화위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액 장학금과 좀 더 갈고 닦은 영어 실력에 건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이다. 나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였다. 하나님께서 "좋은 것으로" 내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내 "청춘을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심"을 찬송했다.(시편103:5)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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