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9백명 참석하는 '등교기도회'

학생 9백명 참석하는 '등교기도회'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21일(월) 15:45

나에 관한 그분의 지속적인 호평이 아마도 학교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분이 나에게 호의를 가진 까닭은 내가 그분의 말씀에 잘 순정하며 무조건 고분고분 그 앞에 엎드려 맹종한 때문이 아니고, 그분과 함께 힘써 창의적으로 교목실의 분위기를 밝고 즐겁게 만들면서 교목실의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다는 데 있다. 학교라는 조직사회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윗사람을 섬기고 동료들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나의 진정성이 통했고, 그 결과 김 목사님을 비롯해 여러 어른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교목실에서 나의 제안으로 실천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등교기도회'였다. 아침에 등교한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하기까지 약간의 여유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10분 정도 기도회를 갖자고 내가 교목실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오전 9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찬송을 부르고 설교자가 성경말씀을 간단히 전하고 기도하는 순서를 구상했다. 그런데 이 제안에 대해 김성권목사님이 난색을 표하셨다. 지금도 교목실의 업무량이 적지 않은데 매일 아침 기도회를 하게 된다면 교목실의 업무가 더 늘어나고 또 교목실장이 여기에 빠질 수 없다는 부담감을 가지셨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 챈 나는 김 목사님은 기도회에 오실 필요가 전혀 없으며 그저 내게 맡겨만 주십사 간청을 드렸다. 그리고 아침 기도모임은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할 사안이므로 교목 실장님이 교장 선생님의 결재를 받아 달라는 부탁도 드렸다. 김 목사님은 곧장 교장실로 가셨다. 그러나 김필례교장선생님은 기도회를 시작하게 되면 그것을 담당하게 되는 교역자(교사)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결재하기 곤란하다고 하셨다. 김 목사님은 다시 나에게로 와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회 특별수당을 받아야 하겠는지 물으셨다. 나는 교목실의 교역자로서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기도회를 제안했으므로 특별수당은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해서 등교기도회가 시작됐다. 기도회가 시작되니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이 기도회가 8백명을 넘어 9백명 정도 모이는 규모가 됐다.
 
정신여자중ㆍ고등학교의 교사로서 맡은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교장 김필례 선생님의 인품에 감화를 받았고 그러면서 그분에게서 아주 귀중한 리더십을 배웠다. 그분의 별명은 '호랑이 교장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학교 구성원 모두가 그분의 엄격하고 공정한 행정업무를 경험하고 그분을 어려워하면서도 존경했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그러나 그분을 가까이서 뵈면서 다정다감한 분이라는 점을 알았다. 김필례 교장 선생님의 행정력은 항상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극한 관심으로 사랑을 베풀고 학교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교정의 풀 한 포기까지 아끼고 돌보는 데서 비롯되었다.이와 관련하여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몇몇 일화가 있다.
 
퇴근 시간에 교목실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면 거의 날마다 교장 선생님이 교장실 책상에 앉아 타이프를 두드리고 계셨다. 김필례 교장 선생님은 영어를 무척 잘하셨는데 그것도 고급 영어로 미국의 여러 친구들에게 영문편지를 타이핑하셨다. 처음에는 그분이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편지를 쓰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가서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미국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요청하는 편지글을 쓰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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