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4백년 역사의 소리로 은혜의 찬양을

1천4백년 역사의 소리로 은혜의 찬양을

[ 문화 ] 찬송가 대금 연주 음반낸 무형문화재 이생강선생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5월 15일(화) 14:53
   

우리나라 대금 연주의 1인자로 불리는 이생강선생이 찬송가 연주 음반 '은혜의 찬양'을 출시했다.
 
대금은 신라 신문왕 때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전통 관악기로 그 역사만도 1천4백년이 넘는다. 신라 시대부터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소리로 쓰였고 비가 오도록 하는 기우제나 아픈 사람을 낫게 한다는 토속 신앙과도 연관이 있었다. 실제로 삼국사기에는 "악기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바람과 파도가 잔다"는 기록이 전해져온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지금까지 대금으로 된 찬송가 연주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불교 음악과 가까운 악기라는 대금의 이미지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인간문화재인 이생강선생 역시 많은 불교 음악을 연주했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게 된 것일까. 지난 9일 이생강선생(대광교회ㆍ75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4년 전쯤 꿈에서 두번 예수님의 모습을 봤어요. 그림에서 봤던 대로 십자가에 못박힌 형상이었는데 그때 '이제 내가 찬송가를 해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교회에 다닌 것은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하던 어린 시절, 옥수수가루와 사탕을 받으러 간 것이 전부였다. 판소리 예수전을 했던 故 박동진선생이 "같이 교회가자"며 이끈 적은 있었지만 예수님을 믿기 위해 나간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했던 교회 음악도 직업적인 의식에서였을 뿐이다. 예술가로서 한 종교에 편향되면 안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찬송가를 연주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후에도 고요한밤 거룩한밤, 저들밖에 한밤중에 등 성탄절 음악 외에 알고 있는 곡이 많지 않았다. 급기야 주변의 장로 친구들에게 곡 선정을 부탁해서 80곡의 목록을 받았고 "내 것을 만들지 않으면 음악이 안나온다"는 신념대로 열심히 찬송가 공부를 했다. 5음계인 우리 가락으로 7음계 음악을 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교회 용어'에 익숙치 않아 진땀을 뺐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닌 며느리에게 "사람들이 '달란트가 많다'고 하는데 달란트가 영어냐 무슨 뜻이냐"하고 묻기도 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그는 연주자로서는 최고이지만 신앙인으로서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초신자다. 교회에서 배운대로 고사리 손으로 기도하는 6살 손녀도 신앙의 길에서는 선배인 셈. 이 선생은 "하나님 믿는건 다 똑같은데 기독교는 왜 그렇게 종파가 많냐"고 기자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서로 사랑하고 관용을 베푸는게 신앙 아니냐"고.
 
"대금을 잘 모르는 사람이 90%는 된다"며 "국내외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대금 명인으로서 포부를 밝힌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도 삶을 잘 마무리하면서 천당가야죠. 남은 생애는 예수님을 더 잘 믿고 전도도 하고 선교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단 말입니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온지도 1백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한국식 기독교가 돼서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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