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길 먼 '빈곤 퇴치'와 '인권 향상'

아직도 갈길 먼 '빈곤 퇴치'와 '인권 향상'

[ 교계 ]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 "최빈민층은 복지 혜택에서 소외" 지적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5월 08일(화) 13:42
2000년 9월 뉴욕의 UN본부에서는 전세계 1백87개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새로운 천년에 인류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새천년 정상회의(Millenium Summit)가 개최됐다. 새천년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지난 천년간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각종 개발의 난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천년선언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세부 실천계획으로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수립했다.
 
밀레니엄 정상회담에서는 오는 2015년까지 전 인류가 힘을 모아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그 세부사항으로 8가지의 개발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첫째, 절대빈곤 및 기아 퇴치, 둘째,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셋째, 남녀평등 및 여성능력 고양, 넷째, 아동 사망률 감소 다섯째, 모성 보건 증진, 여섯째,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각종 질병 퇴치, 일곱째,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여덟째, 개발을 위한 범지구적 파트너십 구축. 이러한 새천년개발목표 수립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세계가 빈곤을 줄이는데 앞장설 것을 합의한 최초의 합의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골인 지점인 2015년이 3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천년개발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을 하고 있을까? UN에서는 새천년개발목표를 지구촌에 알리기 위해 최근 '2011-2012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절대빈곤층은 새천년개발목표 수립 이후 유의미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UN은 2015년에 이르면 세계 빈곤율이 기존 목표였던 23%보다 훨씬 낮은 15%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8~2009년 세계 경제 불황과 식량 및 에너지 위기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원인인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보고서는 일부 극빈국가에서의 교육, 유아사망률 감소, 말라리아 사망률 감소, HIV 치료 및 예방, 결핵퇴치, 깨끗한 식수 접근성 등의 영역에서 큰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교육혜택에 있어서는 부룬디, 마다가스카르, 르완다, 사모아, 상투메 프린시페, 토고, 탄자니아에서 보편적 초등교육이라는 목표를 성취했거나 성취 단계에 근접했으며, 베냉, 부탄, 부르키나파소, 에티오피아, 기니, 말리, 모잠비크, 니제르 등에서도 초등학교 순 취학률이 1999~2009년 사이에 연간 25% 이상 증가하는 등 상당한 발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됐다.
 
5세 미만 유아사망률은 1990년 1천2백40만 명에서 2009년 8백10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이전과 비교하면 매일 1만2천 명의 유아가 추가로 생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예방접종에 힘입어 2000~2009년 홍역에 의한 사망률은 78% 급감했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0년 98만5천 명에서 2009년 78만1천 명으로 20% 가량 감소했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감소는 방충처리 모기장 배급과 같은 긴급구호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 11개 국가에서의 말라리아 발병과 사망률은 50% 이상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HIV 치료와 관련해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약 2백60만 명이 HIV에 감염됐으나 최고 감염자 수를 기록했던 1997년과 비교하면 21%나 감소한 수치다. HIV 치료 및 예방 관련 예산의 증액과 중요 사업의 확대로 HIV와 AIDS 항페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지난 2004년에 비해 2009년 현재 13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AIDS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19% 감소했다.
 
결핵치료 또한 1995년과 2009년 사이 4천1백만 명의 결핵환자가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로 인해 6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전세계 결핵 사망자는 1/3 이상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깨끗한 식수를 얻지 못해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되는 이들의 상황도 대체적으로 나아졌다. 1990년과 2008년 사이에 11억 명의 도시지역 인구와 7억2천3백만 명의 농촌지역 사람들이 개선된 식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동아시아 지역은 1990년 69%에서 2008년 86%로 식수 이용률이 증가해 가장 크게 향상됐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도 식수 사용 가능 인구가 1990년 2억5천2백만 명에서, 2008년 4억9천2백만 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교육, 유아사망률 감소, 말라리아 사망률 감소, HIV 치료 및 예방, 결핵퇴치, 깨끗한 식수 접근성 등의 영역에서의 큰 진전에도 불구하고 최빈민층의 발전은 전체적인 발전 속도에 비해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성ㆍ연령ㆍ인종 및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사람들과 구호의 손길이 닿기 힘든 극빈층들의 생활여건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으며, 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영양 섭취 부분에 있어서는 극빈층 아동에 대한 개선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현재 개발도상국 아동의 1/4 가량이 저체중이며, 그중 극빈층 아동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다. 식량과 수유, 위생시설의 부족 등으로 인한 저체중 아동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남아시아 지역. 이 지역에서 1995년과 2009년 사이 극빈층 가정의 아동에 대해서는 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농촌 지역 아동은 도시지역의 아동에 비교할 때 저체중일 가능성이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고용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혜택 측면에서는 빈곤층과 여아, 분쟁지역의 아동들이 가장 소외되고 있다. 전세계 아동의 취학률은 2009년 현재 89%에 도달했으나 1999년 이래 7% 증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새천년개발목표는 2015년까지 모든 아동의 보편적 초등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 목표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쟁지역의 아동들이 교육혜택의 수혜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데 취학 연령이지만 학교에 등록하지 못하는 전세계 아동 중 42%(2천8백만 명)가 분쟁지역의 빈곤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위생에 있어서는 세계인구 중 약 26억 명은 아직 수세식 화장실이나 개선된 위생시설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5년과 2008년 사이에 남아시아 3개국에서 시행된 분석에 의하면, 부유층은 위생개선으로 인한 혜택을 비교적 많이 누리고 있는 반면, 최하층 40%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빈민가 거주민의 급증으로 개발도상국가들의 빈민지역 개선을 위한 정책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지역의 도시 빈민가 거주 인구는 1990년에 6억5천7백만 명, 2000년에는 7억6천7백만 명이었고, 현재는 대략 8억2천8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오히려 이 분야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유엔새천년개발목표보고서 한국위원회 김정태 공동대표는 한국어판 보고서에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는 빈곤퇴치를 위한 인류의 단합된 경주가 이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첫번째 마라톤"이라며 "현 세대가 뛰고 나면, 다음 세대가 등장할 것이고, 또 그 다음 세대도 이 경주에 동참할 것이며, 우리가 의지와 노력을 중단하지만 않는다면, 인류는 언젠가 진정한 결승선을 지나갈 것"이라면서, 인류애 실현의 지속을 위해 한국 국민들도 함께 노력을 지속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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