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양극화 현상, 그 대안은 없을까?

교회 양극화 현상, 그 대안은 없을까?

[ 교계 ] 미래목회포럼 16차 정기포럼, 교회 세습 및 성직 매매 비판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5월 01일(화) 15:19

사회 및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사이의 간극은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기는 커녕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못 가진 자들의 박탈감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의 문제는 비단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에서도 교회간 목회자간 양극화의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미래목회포럼(대표:정성진)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 17층 강당에서 '한국교회 양극화 현상, 그 대안을 찾다'를 주제로 제16차 정기포럼을 갖고 양극화 현상에 대한 문제 진단과 그 해법 도출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발표는 '한국교회 양극화 현상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남재영목사(대전 빈들감리교회)와 '한국교회 양극화의 부작용과 극복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경호목사(들꽃향린교회)의 발표였다.

# 교회 세습과 성직 매매 비판

남재영목사는 이날 발표에서 "1대99로 표현되는 양극화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기형적인 사회현상이며, 사람을 맘몬의 악마적 탐욕을 채워주는 수탈의 대상으로 보는 극단적인 탐욕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한국교회는 이러한 경제성장 논리와 그 궤를 같이 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남 목사는 교회 양극화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공교회가 해체되고 교회공동체에 대한 사적인 소유가 강화되며 그 폐해는 성직 매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목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세습문제는 1960~70년대 교회를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소위 성장세대의 목회자들이 은퇴하는 시점인 2000년도 초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교회 세습의 역사에서 2000년도 강남의 대형교회인 광림교회의 세습을 그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분석하고 이로 인해 사회여론이 교회에 대해 차가워졌을 뿐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세습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 목사는 "최근에는 대형교회에서 아버지 목사가 은퇴하면 당연히 아들이나 사위 목사가 물려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아들이나 사위가 직접 그 교회에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교회 규모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교회로 바꿔가고, 이도 여의치 않으면 삼각으로 돌려서라도 반드시 자리를 만들어준다"며 "이렇게 세습이 보편화되는 까닭은 교회공동체를 사적으로 지해해 온 목사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는 적극적인 대안으로 세습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 목사는 담임목사직 성직매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담임목사직 성직매매는 교회 형편상 은퇴 전별금을 만들지 못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후임자가 돈을 들고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이외에도 최근에는 중대형교회의 영향력 있는 장로들이 자기 자녀를 교회에 부임시키기 위해 은퇴목사와 거액으로 후임을 흥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 속에서 성직매매를 중개하고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는 거간꾼까지 생겨났다고 비난했다.
 
끝으로 그는 "세습과 성직매매는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또 목회자들의 소명을 인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이 현상은 뜨거운 소명은 있으나 소위 뒷배경이 없고 재력 없이 목회현장에 뛰어든 목회자들에게는 깊은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죄악"이라고 말했다.

# 교회 내 이권이 목사 세습 불러

'한국교회 양극화와 부작용 극복을 위한 제안'의 제목으로 발표한 김경호목사는 담임목사 세습의 문제에 대해 표면적인 이유 이외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해 눈길을 모았다. 김 목사는 "최근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교회 자체에서 소비되는 예산들로 이런 저런 교회의 이권구조가 생긴다"며 "담임목사의 세습은 목사 자신의 선택이라기보다 그 먹이사슬의 가장 안전한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담임목사 세습이 개인의 탐욕을 넘어선 교회의 대형화가 가져온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로 인해 "교회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거나 뜻있는 하나님의 사업을 펼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거대한 이권 덩어리의 먹이사슬을 위해 교인이 몇 천, 몇 만 명이 되든 항상 배고파 걸근대는 하이에나일뿐"이라며 "그러니 교회가 약자들을 위한 사업을 펼칠 수 없고, 구제와 선교에 쓸 돈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회가 클수록 보수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교회의 대표를 뽑을 때 모든 교우들이 다 서로를 알만한 크기라면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분이 장로 등 교인의 대표로 선출되며, 선출된 이는 사회적 신분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존경의 표시로 여겨졌었다"며 "반면 큰 교회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로 장로가 선출되기 때문에 헌금을 많이 한 사람이 추천되거나 사회적으로 내노라하는 기업의 사장이나 권력의 위치에 있는 지명도 높은 사람들이 교회의 대표로 선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헤게모니가 그대로 교회에 이식되어 사회가 부패하거나 잘못된 길로 갈 때 한 마디 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양극화 대안으로 '분가선교' 제안 눈길

김경호 목사는 양극화의 대안으로 '분가선교'를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목사가 말하는 '분가선교'란 '교회 공동체가 좋은 의지로 공동의 합의를 통하여, 두개 또는 그 이상의 공동체로 나눈 후 나누어진 공동체가 각자 본래 공동체의 목회의 질과 양적 규모를 회복할 때까지 서로 돕고 기도하며 책임지는 선교의 방식'을 말한다.
 
김 목사는 "교회 하나가 생길 때 문을 닫는 교회는 3~4곳이 될 정도로 교인수가 감소하는 때 개척교회를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행위이기도 하다"며 "목회자 개인이 개척하는 형태보다는 기성교회가 일정한 숫자가 되면 자기 몸을 나누는 방식으로 하는 선교야말로 지금 한국교회가 나아갈 대안적 길이며 서로가 건강하게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김관선목사(산정현교회)가 '도농교회 상생방안'을 주제로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교류와 협력의 실례를 들며 상생방안을 제시했으며, 서길원목사(미래포럼 작은교회지원단장)가 '작은 교회 살리기', 김기선 협력개발본부장(한국해비타트)이 '한국교회 양극화 현상 극복을 위한 해비타트 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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