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청소년 보호인가? 구시대적 발상인가?

기독 청소년 보호인가? 구시대적 발상인가?

[ 문화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4월 24일(화) 15:02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대중 마음 사로잡지 못하는 교회
 안티기독교 양성 우려, 문제의식 끌어내 시민운동으로 전개
 
"성도님! 기도해주세요. 레이디 가가 공연하면 안됩니다. 다음세대들이 매우 위험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서 이 공연이 하나님의 은혜로 끊어지도록 기도해주세요."
 
지난 27일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인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SNS, 문자,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대규모 기도운동이 일어났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김승동)에서도 지난달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레이디 가가의 대표곡인 'Born this way'의 "게이이든, 아니든 혹은 양성애자이든, 레즈비언이든, 성전환한 사람이든, 그건 중요치 않아요. 난 제대로 살고 있는 거예요"라는 내용 등을 문제삼으며 한국교회의 대응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기자의 핸드폰으로도 문자가 왔다. 동성애, 자살 등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만큼 이러한 사실을 최대한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알려 공연을 취소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이디 가가의 공연 등급을 '만18세 이상 관람가'로 변경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공연을 전후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7일 공연장 인근의 한 교회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반대해온 이들의 기도회가 열렸다. 이들은 공연을 기획한 카드사의 불매운동까지 펼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 유해공연 판정에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반대운동이 있었음이 알려지면서 "구시대적 발상"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비난의 화살이 교회를 향하고 있다. 뉴에이지 음악, 동성애 드라마 등 기독교가 대중문화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현대사회에서 제2, 제3의 '레이디 가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처럼 대중문화가 기독교 신앙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경우, 교회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까.
 
문화선교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의 선정성, 폭력성을 인정하면서도 교회가 지나친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가 실추된 상황에서 이러한 모습이 교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선교 보냄과세움 대표 박양식목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얘기하지만 정작 복음을 들어야 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는 문화로 대응하며 설득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그는 "교회는 믿지 않는 자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기독교 변증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회만의 목소리가 아닌 일반 시민운동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레이디 가가가 동성애자인 요가 선생의 주례를 위해 목사 안수를 받겠다고 인터뷰한 것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삶의 양식이나 태도는 상관할 수 없겠지만 이를 공적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문화선교연구원장 임성빈교수(장신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교회의 이름으로 전선을 형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 사회 속에서 대중들의 문제의식을 이끌어내 시민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 또 "대내적인 예방ㆍ교육을 실시하고 기독교의 삶의 가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문화선교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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