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는 군목을 통해 하나님을 보고 듣고 느낀다!

대한민국 군대는 군목을 통해 하나님을 보고 듣고 느낀다!

[ 기고 ] 독자투고

김주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10일(화) 15:05
군종 70기로 임관하기 위해 4월 18일부터 10주간 진행되는 입영훈련을 앞두고 지난 주 5일간 전방 군방체험을 다녀왔다. 군선교 현장에서 만난 군목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혼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현장체험교육에 참여하는 동안 매일 밤 12시가 넘도록 열띤 강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1년 내내 돌아가는 쉼 없는 훈련일정 속에서 다친 다리로 위문을 다니는 최흥석 군목,해안과 육지 소초들을 돌아 북한에 삼면으로 둘러싸인 최북단 GOP까지 돌봐야 하는 윤대운 군목,15개의 전방 소초에 예배 처를 세우고 2년간 나눠준 초코파이만 30만 개가 되는 최광수 군목,1시간 20분 넘게 달려 주일 저녁예배를 인도하고는 쉬는 날인 월요일에는 부대 체육대회까지 챙기는 조 윤 군목,군단목사로서 예하 10여 명의 군목들을 아버지처럼 돌보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조주희 군목,장교 식당이 아니라 사병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장병들을 챙기는 성기우 군목,1천4백m,8백m 고지들을 돌아다니며 10명 안팎의 인원과 예배를 드려야 하는 이충훈 군목. 사실 후보생이 된 이후부터 매 여름겨울마다 군목 후보생 수련회를 통해 만난 군목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생명의 씨앗을 심고 있었다.
 
부대를 이동하는 차안에서 문득 신대원 재학시절,연천 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 공동장례식을 맡으셨던 안남기 군목의 설교가 떠올랐다. 모두들 군대를 상처와 고통,죽음의 땅이라고 하지만 군목에게는 치유와 회복,사랑이 있는 희망의 땅이라는 요지였다. 사회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이 각종 형태로 변형되고 왜곡돼 드러나는 곳이 군대이다. 실제로 한 해에 군내 자살 인원이 1백여 명 정도라고 한다. 군목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극단적 생각을 하는 이들 앞에서 홀로 고군분투해야 했다. 하나님께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3분마다 웃기는 재밌는 설교 이면엔 솟아나는 생명의 물줄기가 예배하는 장병들의 영혼을 적셔야 한다. 대한민국 군대는 군목을 통해 하나님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었다. 힘이나 권력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장병들에게 삶으로 전하는 것이 바로 군목이었다.
 
현장방문 셋째 날,금강산과 해금강이 보이는 최북단 교회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지난번 방문했던 개성시가 바라보이는 통일전망대와 판문점이 오버랩 되며 다시 한 번 분단의 비극을 마주했다. 분단의 현실이 곧 삶의 현장이요,온몸으로 느끼는 아픔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산 앞에서 우리는 눈물 흘리며 산을 움직이는 믿음을 주시길 기도했고,썩어질 하나의 씨앗이 되길 기도했다.
 
현장탐방 마지막 날 방문한 춘천의 어느 산 중턱,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8백m 고지에 있는 부대로 가기 위해선 두터운 체인을 둘둘 감아 놓은 수송 전문 트럭으로 갈아타야 했다. 눈 쌓인 산길을 덜컹 거리며 오른 곳은 이미 10cm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고 희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10m 안팎이었다. 봄바람 완연히 부는 4월의 대한민국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연소 포대장이 되었다는 지휘관의 한 마디는 험한 길을 마다않고 올라온 우리들의 마음을 녹였다. "부대 배치시 군종목사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했습니다. 목사님은 존재만으로도 장병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분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후보생 모두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60만 장병들의 눈에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기를 소망했다. 국가의 부름,민족의 요구 앞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산속 포대 가운데,그리고 대한민국 군대 가운데 응답하고 있었다. 이제 혹독한 훈련이 끝나고 있을 6월 29일 군목임관식이 기다려진다. 아니 새벽이슬 같은 젊은 청년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최전방 초임지가 기대가 된다. 내 젊음을 그들과 함께 불태우리라 다짐해 본다. 먼저 그 길을 기쁨으로 가고 있는 군목들과 함께!


김주인 목사(임관예정군종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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