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로 내모는 강제북송 중단하라"

"사지로 내모는 강제북송 중단하라"

[ 교계 ] 교계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시위 잇달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3월 20일(화) 16:22

   

지난 13일 중국 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 기도회를 갖고 중국의 '난민지위협약 제33조'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이북교역자회 회원들.


"내 때문에 북에 있는 가족들 박해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합네다."
 
지난해 2월 중국,베트남,캄보디아를 거쳐 탈북한 김 모씨는 지금도 중국 공안들을 피해 숨어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50대 중반의 오페라단원이었던 그는 공연을 위해 중국에 나온 길에 탈북을 결심,아내와 두 남매,손자 손녀들과 생이별을 했다. 현재 서울 행당동에 거주하고 있는 그에게는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는 효자동이 천리길이다. 혹시라도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싶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두고 온 죄책감 때문인지 고개를 떨군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 그는 중국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당당한 표정으로 큰 목소리를 냈다. "북한과의 관계를 떠나서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왔는데 중국은 그 쪽박마저 깨고 사지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중국이 김정은 보다 더 나빠요." 김 씨는 "북송 문제가 해결되고 중국이 난민으로 인정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을 빠져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교회만큼만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물심양면 지원을 펼쳐온 주선애교수(장신대 명예)는 지난 2월 말부터 매일 중국대사관 앞을 찾고 있다. "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이 없다"는 신념에서다. 주 교수는 "북한은 생명의 권리를 무시하는 잔인무도한 곳이 돼버렸다. 요새 북에서 오는 사람들은 마치 동물의 세계 같다고 한다"며 "강제 북송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만의 탈북 여성들이 팔려가 종살이를 하고 있다. 아무리 작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독립국가다. 큰 나라라고 우리 동포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한탄스러워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여성지도자로서 그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한국YWCA연합회 등을 방문,"애국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교회여성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중이다.
 
지난 1일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본교단 총회장 명의의 담화문이 발표된 데 이어 9일 장신대 장영일총장 및 교수,50여 명의 학생들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3일에는 이북 출신 목회자들로 구성된 이북교역자회가 기도를 이어갔다. 대부분 가족을 북에 두고 온 회원들은 "우리는 직접 사지에서 나온 사람들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난민지위협약 제33조'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이미 한국에 들어와있는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오랜 시간 탈북민 선교를 펼쳐온 강철민목사는 "북한선교를 미래상황으로만 보지 말고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한다"며 "머지 않아 통일이 되면 이들은 다 북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며 선교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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