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 십자가를 묵상하며

사순절에 십자가를 묵상하며

[ 기고 ] 독자투고

서우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05일(월) 15:37

지금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는 사순절 기간이다.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40일을 정하여 사순절이라 하여 교회마다 특별집회나 새벽기도회 등 많은 행사를 한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요 교회의 표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십자가의 큰 뜻을 깨닫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수많은 십자가 네온으로 밤을 밝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보기 힘들다. "경찰서를 열 개 짓는 것보다 교회 하나를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김구선생의 말씀은 의미 있는 말씀이다. 국민들을 통제하고 벌주는 곳보다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교회라면 이 보다 많으면 어떤가.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답답하다. 교회는 많고 교인 수는 많으나 이 세상의 소금은 없고 작은 빛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사형형틀이었다. 가장 부끄럽고 가장 비참한 형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형틀에서 자신이 친히 못 박혀 피를 흘리고 처형을 당하셨다. 남을 죽인 형틀이 아니라 자신이 죽은 형틀이 십자가이다. 지금 세상의 관점에서 예수님은 가장 큰 실패자였고 가장 어리석은 바보였다. 하나님 나라의 보좌를 버리시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생명까지 주신 바보가 바로 예수님이셨다. 예수님을 닮아야 할 교회까지도 이렇게 바보같이 살려는 사람은 없고 모두 다 성공하고 축복 받고 남들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한다. 누가 이 십자가를 지고 죽으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다 넓은 길 편한 길 높은 길 영광의 길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만 보인다.
 
"나를 따라오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고 나를 따라오라"는 말씀은 너무 찾기 힘들어버리고 말았다. 오직 성공과 출세,성장과 부흥만을 좇아가는 우리교회와 성도들이 아닌가.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했고 축복을 받았다고 하고 교회가 부흥 성장하면 축복이라 모두들 부러워한다. 하나님의 보좌를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 그분이 십자가에 못 박히셔도 아무도 그분을 따라 자기의 부귀와 편한 자리를 내놓을 생각을 안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이번 사순절에 좀 더 겸손하게 내려 앉아 볼 수 없을까. 몸소 실천하신 예수님처럼 큰 차를 좀 줄이고 높은 자리도 탐내지 말고 많은 연봉도 줄일 생각을 해볼 수 없을까. 그리고 십자가를 묵상하며 나의 죄가 무엇인지 회개 할 수 없을까. 여유가 있고 능력이 있어도 자진하여 십자가를 지는 지도자가 나와야 여기에 한국교회의 살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이방인들의 손에 죽지 않았다. 도리어 율법을 잘 지키고 천국의 안방을 차지한 유대교인들의 손에 무참히 처형당한 것이다. 지금도 예수님을 잘 안다는 우리들이 십자가에 다시 못 박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가 예수님의 얼굴에 이렇게 먹칠하였나. 다른 종교인들인가 이방인들인가. 예수님을 잘 믿는다는 우리들이 예수님의 얼굴에 먹칠하고도 회개할 줄 모르는 무심한 인간들이 아닌가. 그때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이나 우리가 무엇이 다른가.
 
지금도 교권주의자들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멍들게 하고 있는가. 자기가 죽어야하는 십자가에 남을 죽이는 악을 얼마나 저질렀었는가. 십자가의 이름으로 남을 정죄하고 다른 종교를 정죄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 이 민족을 끌어안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돌을 던지고 욕을 해도 그 돌을 맞고 욕을 먹으면서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십자가의 길이고 교회가 사는 길이 아닌가. 주여!

서우재목사 / 사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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