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월... 또 다른 시작

[칼럼] 3월... 또 다른 시작

[ 논설위원 칼럼 ]

홍지연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28일(화) 16:28

로마력에 의하면 3월은 일 년의 첫 번째 달이고, 현재로 보면 1월과 같다. 마르티누스 martius(혹은 마르스 mars)라고 불리던 전쟁의 신, 혹은 군신이 그 어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중해에 위치한 로마는 3월이 봄의 시작이었고,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어야만 전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얼었던 땅이 녹아 인간에게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기 보다는 남의 땅을 정복하고, 다른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기에 좋은 계절이 봄이며, 전쟁하기 딱 적당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3월에 한국에선 일제히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한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에게도 3월은 전쟁터에 자식을 보내는 심정과 동일하다고 짐작한다면 너무 앞선 생각일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에 내몰아야 하고, 거기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학교 폭력, 왕따, 성폭행 등등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학교에 내 자식을 밀어넣는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러나 냉철하게 따져보면 학교와 교사, 그리고 부모와 학생들이 얽힌 사건과 사고는 그 예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들이다. 여학생과 관련된  문제들은 '쉬쉬'했고, 여학생 당사자 스스로가 '나한테 문제가 있나보다'라고 미련한 생각이 들도록 했다. 이것은 잘못된 가족과 학교, 사회의 책임이며 남성위주의 구조와 제도, 미숙했던 성인지력 때문에 지금처럼 대서특필, 전국이 떠들썩한 이슈화가 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여성이며, 엄마로서 자녀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가슴앓이를 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분노를 현명하게 삭이지 못하고 안타까움으로 밤새 괴로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잘못되었던 가족 구성원, 학교 구성원, 사회 모두가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고, 남녀평등의 구조와 제도로 탈바꿈하려 각계각층에서 노력하고 있는 현실에 감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뒤엉킨 생각과 마음으로 자녀를 다시 학교로 보내는 3월을 맞으면서 교육학자로서 전쟁의 시작이 아닌 화합과 통섭의 시작이 이번 3월부터는 이뤄지기를 소원한다. 교사들, 학교 당국, 정부와 기관 스스로도 노력을 더욱 해야겠지만, 자녀를 둔 부모도 이 3월에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인 '결말'이 되도록 부모가 노력하는 일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난관이 없을 수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자녀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실수와 잘못은 어른이어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 어떤 어려움을 경험한다 해도 그 사건과 어려움이, 자녀의 실수와 잘못이 자녀의 일생 전체를 뒤흔들어놓고,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가족과 세상을 단절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부모에겐 있다. 문제, 사고, 사건, 고통, 실수, 잘못이 자녀에게 지워지지 않는 부정적인 트라우마로 각인되지 않도록 부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끝까지 사랑하고 끝까지 그 연약한 마음을 보듬어서 부정적인 트라우마가 새로운 다짐, 새로운 각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긍정적인 결말로 바꿔주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다면 전쟁의 시작이 아닌 화합과 통섭의 시작의 3월이 될 것으로 믿는다. 자, 3월, 또 다른 시작이다. 모두 용기를 내어 출발점에 서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지연교수/경민대ㆍ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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