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라니요?

목사라니요?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2월 14일(화) 11:53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목사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지난 13일 본보 편집국으로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본교단 목포노회 소속 목회자인 제보자의 이야기는 이랬다. 지난 주말 내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보성의 3자녀 사망 사건이 '목사'에 의한 범행으로 보도되면서 해당 지역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선교에 치명타가 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 보성 3자녀 숨지게 한 목사' '보성 3남매… 엽기 목사 부부 영장' '보성 교회목사 3자녀 사망은,폭행' 등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으니 전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위축될만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 사진에 모습을 드러낸 십자가와 'OO교회'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법한 평범한 교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자녀들을 굶주림과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을만큼 엽기적인 신앙의 행태를 살펴보면 이 교회와 목사가 정통 교단의 가르침과는 끝이 다른 방향의 길을 걷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으로 제보 전화를 걸어온 목회자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처음에 기사를 쓴 기자가 애정을 갖고 한번만 더 확인해보았더라면 좀 다르지 않았겠냐"는 얘기다. 하루쯤 지나서야 '정식으로 안수를 받지 않은채 교회를 운영해왔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별 차이는 없다. 이미 사람들의 뇌리 속엔 '교회는 광신도들이나 가는 이상한 곳'처럼 각인이 된 후다.
 
실컷 두들겨 맞아 아픈데 '악'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처럼 억울한 마음도 든다. (사실은 목사가 아니었다고) 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더이상 교회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믿고 따를 수 있는 목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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