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지 않는 확신이 직면하는 딜레마

소통하지 않는 확신이 직면하는 딜레마

[ 말씀&MOVIE ] 밍크코트(신아가/이상철,드라마,15세,2012)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07일(화) 13:52
밍크코트는 서울독립영화제(2011) 대상,부산국제영화제(2011) 2개 부문 수상작이다. 한 마디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말이다. 안락사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가족 관계에서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이야기 전개가 대단히 돋보인다. 인간의 욕망이 신앙의 확신이라는 이름과 어떻게 화학적인 결합을 하는지,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교회가 이 영화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유를 든다면,'밀양'과 같이 영화가 기독교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 기독교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도 기독교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에 유념해서 영화를 감상할 필요가 있다.
 
엄마의 연명치료 문제와 관련해서 생겨난 가족의 딜레마는 급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손녀가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동일한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가족 가운데 오직 병상에 누워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할머니뿐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가족은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수혈을 못해 죽어가는 수진을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아니면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할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수진을 살려야 할 것인가? 사실 정황상 이것은 가족 전체의 고민과 갈등이 될 수 없었다. 오직 연명치료를 고집하는 현순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불과한 일이고,그래서 병원 옥상에서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드러내려는 부분은 현순의 확신 속에 담겨 있는,혹은 그녀의 확신이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현순은 자신의 믿음 때문에 엄마의 소생을 확신하면서도 딸의 생명을 위해 엄마의 피를 뽑아야만 하는 딜레마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로써 감독은 개인의 확신(믿음)은 인간의 욕망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욕망이 결국 인간관계,특히 가족 관계에서 어떤 딜레마에 빠지게 됨을 폭로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런 점에서 주변상황을 보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확신으로만 일관하는,소위 소통되지 않은 확신을 비판한 것은 아닐까?
 
물론 기독교가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배역들과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서 기독교인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신앙인으로서 가족과 화해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나,개인적인 일 때문에 교회 재산을 유용하는 일,그리고 비제도권 신앙이 미치는 광신적인 모습 등은 현대 기독교인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또한 깊이 있는 반성과 성찰을 필요로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의 돈을 유용한 회계집사의 비행을 숙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을 심방하며 슬픔을 위로하는 목사의 관용적인 태도도 볼 수 있다.
 
한편,영화의 내용에서 다소 도전적인 부분은 여자 전도사이다. 그녀의 예언(?)은 모두가 사실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교회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통 방식이 결과적으로 옳게 나타난 것이다. 꼭 병상에 있는 엄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 해도 현순으로 그런 확신을 갖도록 유발했고,또 마지막에는 예언의 형태로 형제우애를 말하면서 가족의 화해가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회개를 촉구하고 또한 그렇지 않으면 딸과 뱃속의 아이가 위험에 빠진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밖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지만,영화에서 비중 있게 재현됨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제도권 교회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인 시각을 읽어볼 수 있으면서,다른 한편으로는 성도들이 교회 밖에서 성행하는 예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점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믿음은 종종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해서 소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부르신 자들을 끊임없이 세상 밖으로 보내셨고,그들로 하여금 소통케 하심으로 비록 당대에는 인정받거나 수용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중에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셨다. 기독교는 본래부터 소통을 전제로 한다.
 
영화 밍크코트는 기독교를 소재로 인간의 확신과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결합되는지,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점에서 '불신지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성수박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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