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거짓말인가?

진화된 거짓말인가?

[ 말씀&MOVIE ] 부러진 화살 (정지영,드라마,15세,2012)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30일(월) 16:31
   
책 '거짓말의 진화'의 주제는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사람들이 속이고 또 그것을 정당화하는 심리를 파헤치는 내용으로,다양한 임상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책의 요지는,인간은 자기 정당화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 자기의 생각이나 말 그리고 행동이 옳다고 보고,혹이라도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를 접하게 되면 자아와 자기존중감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해석하거나 혹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뇌의 구조까지 변형시켜가며 없는 기억까지 지어내고 왜곡한다고 한다. 정직하게 현실을 인정하면 될 일이지만,사람들은 이미 저질러진 일 때문에 받을 비난과 피해에 대한 염려와 불안으로 계속된 거짓말을 한다. 결국 현실은 거짓이 되고,오히려 거짓이 현실이 된다.
 
진실 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어떻게 밝혀지든 '부러진 화살'은 인지부조화 이론에 대한 또 하나의 임상사례를 제공할 것이다. 영화에는 두 개의 거짓말 상황이 나온다. 하나는 대학입시 시험 문제의 오류를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김경호 교수와 학교의 권위와 명예를 위해 은폐하자는 주장이고,다른 하나는 판결이 거짓말에 근거하고 또 법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김 교수 측의 주장과 비록 석궁테러사건을 사법기관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시작했더라도 모든 재판 과정은 법적으로 정당했다고 보는 판사들의 주장이다. 피의자는 이미 가해자로서 인정되어 처벌을 받은 상태다.
 
영화는 오히려 판사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옷에 묻은 혈흔이 동일한 사람의 것임을 주장하면서도,그것이 피해자 자신의 것임을 입증하기 위한 검증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물인 구부러진 화살이 사라진 상태에서,그리고 석궁으로 맞았다고 볼 수 없는 상처 등과 같은 석연치 않은 일들로 가득하지만,판사들은 검사 측 논거를 채택해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변호사 측이 제시했을 것 같은 자료들은 많아도,판사들로부터 얻은 정보는 전무함을 짐작할 수 있다. 공판기록에 의지했다고는 하나,사실 최종 재판에는 공판 과정 자체가 기록되지 않아서 영화의 내용은 어느 한쪽의 주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에 대한 판사 측의 반론은 바로 이점을 문제 삼으며 제기되고 있다. 판사 측이 옳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변호인 측이 요구한 사항을 왜 무시했는지,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밝히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제2의 '도가니'가 될 지는 바로 이점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힘의 논리로 거짓말이 계속 진화할 것인지,아니면 양심선언에 의해 진실이 밝혀질 것인지,그것도 아니면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진실이 밝혀질 날을 우리 모두는 고대한다.
 
과거 공안판사들의 억지스런 법 해석과 적용의 역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시대와 상황이 많이 바뀐 시기라 사실 많이 당황스럽고 혼동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또 무엇이 정의인지,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다. 만일 대한민국 재판이 계속 이런 식이었다면,그리고 앞으로 계속된다면…. 이런 의심이 강하게 들 정도다. 영화 한편이,아니 진실에 대한 불확실함이 대한민국 사법행위에 대한 더 큰 불신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2의 '도가니'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증거 불충분으로 논거가 일관되지 않고 또 정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이 유죄에 대한 확신에서 모로쇠로 일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과야 어떻든 누구든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사안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신의 거짓말을 은폐하기 위해 각각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의 양심선언이나 재심을 위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진실은 영원히 은폐될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마찬가지지만,우리 사회는 현재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사건들이 많다.
 
종교들이 대개 그렇지만,특별히 기독교는 회개의 종교다. 회개 없이 구원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회개했다고 하면서도 이익관계에 관한한 자신을 정당화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란 그 어떤 논리보다 먼저 하나님의 말씀에 나의 말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며, 나보다 하나님이 옳으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하나님이 심판자이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분의 심판에는 용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회개 이후의 모든 결과에 대해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일이다. 이렇듯 회개에는 하나님의 용서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회개는 심판자요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증거 하는 한 방식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거짓말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일은,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기대뿐이다.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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