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오세원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30일(월) 16:15

두 주전 설 명절을 보냈다.
 
명절이 다가오면 주부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명절이 끝나고 나면 명절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설이나 추석 명절이 주부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명절에는 모든 가족들이 모이기 때문에 음식장만부터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선물 준비와 음식 준비로 인하여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물질적,정신적 스트레스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음식을 먹고 난 다음에 나오는 그릇을 씻는 설거지다. 예전에는 부엌일은 의례히 여자들의 몫으로 정해놓고 남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차려오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하고 설거지는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주방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남편들이 서슴없이 설거지를 한다. 옛날같이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 우리 집도 금년 설에는 남자들이 설거지를 했다. 실제로 설거지를 해보면 주부들이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교회에서는 주일에 식당을 운영하는데 매주 7백여 명이 식사를 한다. 이렇게 많은 성도들이 먹는 음식은 권사님,여집사님들을 중심으로 준비하지만 역시 설거지가 문제다. 그래서 매년 첫째 주일에는 당회원(목사장로)을 시작으로,매주 항존직과 자치기관,그리고 교육부서를 중심으로 설거지 당번을 정한다.
 
그리고 설거지를 해보면 현대식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시설에서 쪼그려 앉아 7백여 명의 식사를 하는 식당의 그릇을 다 씻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그 힘든 일을 장로님들과 교역자들이 직접해보고 어려움을 느낌과 동시에,앞장서서 섬긴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듯하다.
 
그러나 설거지를 해야 할 곳이 한 곳 더 있다. 그곳은 바로 마음이다. 우리가 수시로 마음을 설거지 하지 않으면 언제 더러워졌는지도 모른 채 더러워져 있는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 중에서 마음을 더럽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은 금방 더러워진다. 더러워진 마음을 설거지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다음에 설거지 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힘만 드는 것이 아니라 설거지 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아 정말 설거지를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끔씩 아내가 집을 비울 때,싱크대 앞에 빈 그릇이 수북이 쌓이게 되듯이 우리의 마음도 비워 낼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아서 많이 쌓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어도 반드시 설거지 할 것을 묵혀두면 안되듯 우리 마음도 자주 설거지를 해야 한다. 살면서 설거지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설거지거리가 없을 수는 없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설거지를 하며 살아야 한다.
 
욥은 자녀들이 모여서 생일잔치를 하거나 파티를 열고 나면 그 이튿날 반드시 자녀들의 허물을 위해 번제를 드렸다. 이유는 그 행사를 통하여 혹시라도 죄를 지은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 중에는 우리의 마음을 더럽게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집으로 들어오면 반드시 마음설거지를 해야 한다. 마음 설거지만 잘해도 자신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교우들의 마음 설거지가 잘되면 교회가 새로워지게 되고,교회가 새로워지면 사회가 보다 밝아질 것이다. 우리 모두 금년에는 설거지를 시작하자.

오세원목사/대구칠곡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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