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코펜하겐 기후 회의에 대한 평가

②코펜하겐 기후 회의에 대한 평가

[ 특집 ] 2월 특집 / 코펜하겐 기후 회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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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10일(수) 11:37

인류 미래의 '먹구름', 지금 걷어내라

조성돈 / 환경정의 초록사회 국장

인류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혔던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기후변화의 재앙에 직면한 인류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1백93개 국가 대표단이 모여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각 국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인류는 희망 대신 시장의 난전을 목격해야 했다. 선진국은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것을 주장한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이 저질러 놓은 것을 선진국이 스스로 치워야한다 반발하면서 회의 초반부터 난항에 봉착했다. 막판에는 1백19개국 정상이 참여해 회의 폐막을 하루 연장하며 막판협상을 벌였으나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하고 폐막 직전에 법적 구속력도, 알맹이도 없는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 기후변화 재앙에 직면한 인류가 지구 살리기를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며 코펜하겐에서 거리 행진을 하는 엔지오단체들. /사진제공 환경정의 초록사회

'Copenhagen'을 'Hopenhagen'으로 만들자는 구호는 단지 구호일 뿐이었다.
이번 코펜하겐 협정은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내로 제한하고 △선진국은 올 1월 말까지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개도국도 올해 1월 말까지 실행방안을 담은 감축 계획을 제출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선진국은 2010~2012년 총 3백억달러를 개도국에 긴급 지원하고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정했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1백93개 국가의 정상이 참여해 밤샘협상을 한 결과치고는 너무나 보잘 것이 없다.

이번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나라는 막판 협상을 주도한 미국과 중국 정도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가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냈고 앞으로 몇 년간 국제사회가 해야 할 행동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고, 중국 대표단은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왔으므로 모두 기뻐해야 한다"고 호평했다. 유럽연합(EU), 일본, 아프리카연맹, 군소도서개도국연합(AOSIS) 등은 "미흡하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베네수엘라, 수단, 투발루 등 개도국은 "전세계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고 구속력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개도국 모임인 G77 그룹 의장인 수단의 루뭄바 디-아핑 대표는 "사상 최악"이군고 평가절하했다. NGO들은 "인류의 희망을 빼앗겼다"며 혹평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세계 지도자들이 과거 내놓은 공약의 재탕"이라며, "다음 세대의 보다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에서 6만여 명의 NGO들이 코펜하겐에 모여들어 12월 12일 지구행동의 날에 연합 시위를 했고 혹한에도 불구하고 연일 회의장 밖에서 '역사적 합의'를 촉구한 눈물겨운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Copen-hagen'은 'Nopenhagen'이 된 것이다.

이제 '코펜하겐 협정'을 보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구체적 실행 목표와 시기 등을 정해야 하는 책임은 올해 11월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에서 열리는 제16차 총회가 떠안게 됐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16차 칸쿤회의에서도 기후협상이 타결될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난제는 수없이 많다. 첫째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이다. 2천5백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평균온도를 2도 이하 상승,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4백50ppm 이하로 유지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이른바 인류공유비전이다.

IPCC는 "이 공유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은 2020년까지 90년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해야하고, 2050년까지는 80% 감축해야한다"고 IPCC 4차보고서를 통해 권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선진국은 전무하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EU가 다른나라들이 획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다면 30% 감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앞선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과 함께 기후협상의 핵심으로 등장한 미국은 2020년까지 7% 수준의 감축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으나, 이것도 미국상원을 통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며 IPCC 권고치인 40% 감축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선진국은 전무한 것이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다. 선진국이 책임을 통감하고 자국경제의 악영향을 감수하며 40%를 감축안에 합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기후협상의 타결의 열쇠 하나가 풀리는 것이다.

둘째,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개도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50%에 육박한다.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개도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의 의무감축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자국 경제에 영향을 안받는 선에서 그것도 선진국의 재정지원을 해줄 경우에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협상전략인지는 몰라도 사실상 안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개도국도 1백50여 개국으로 숫자도 많고, 의견도 10인 10색이다. 개도국 감축안을 마련하는 것은 선진국의 감축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이다.

셋째, 기후변화 적응기금 문제이다. 개도국은 자신들이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피해 적응을 위해 선진국이 연간 3천억달러 이상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엄청난 재원이고 여기에 관련 기술이전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코펜하겐 회의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적응기금 지원 부문은 선진국이 올해부터 3백억달러에서 시작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로 높여가겠다는게 선진국의 방안이다. 논의의 진전은 있었지만 후진국요구의 3분의 1도 안된다. 개도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지원액을 높이지 않고서는 기후변화 협상타결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이게 세 번째 열쇠다.

이외에도 과제는 수없이 많다. 온실가스 감축정도를 검증(MRV)하는 문제를 놓고는 내정간섭이라며, 개도국은 "우리가 다시 식민지가 되란 말이냐"라고 항변하고 있다. 개도국이 요구하는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선진국은 개인기업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 정부차원에서 주고말고할 성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개도국은 그러면 사서 달라고 요구한다. 이같이 협상 의제 곳곳이 걸림돌이고 이들 과제들이 한묶음으로 뭉쳐돌아가면서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같은 과제를 모두 극복하고 기후변화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까? 인류는 기후변화로부터 자신을 구할 혜안이 있는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각을 바꾸어야한다. 자국경제의 이익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는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바꾸지 않으면 수많은 과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11월 칸쿤 회의도 코펜하겐 회의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코펜하겐 기후회의 현장에서 NGO의 구호는 "Action Now"였다. 이제 그만 논의하고 당장 인류가 공동으로 행동에 나서자는 의미이다.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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