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겨낼 신앙유산 잘 전수해야"

"세상 이겨낼 신앙유산 잘 전수해야"

[ 특집 ] 1월 특집/ 2010년에 바란다­ ③ 이수영목사(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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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4일(목) 10:26

2010년 새해, 한국교회 교인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듣기 위해 한국의 모(母)교회인 새문안교회 이수영목사를 찾았다. 이수영목사는 목회자들에게는 정직하고 욕심 없고 겸손한 '보통목회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더불어 교회는 안 되는 것까지 하려 하지 말고 안 할 줄도 아는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칼빈 전문가로서 이수영목사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 '하나님 앞에서'라고 말했던 칼빈의 구호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잘 이해하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개혁의 길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앙의 계승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목사님께서는 대를 이어 신앙의 전통을 이어오시는 가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신앙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의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자녀들에게 잘 전하고 가르치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신 하나님은 먼 후대의 이스라엘 자손들까지도 언제나 반복해서 회상하며 그들의 신앙을 새롭게 고백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신앙의 전통을 계승시키는 일은 바로 우리 신앙의 일부입니다. 자녀들로 하여금 세례를 받게 하고 할 수 있는 대로 자녀들을 기독교학교에 보내며 주일에는 예배드리도록 교육하며 자녀들이 일생 그리스도인으로 바르게 살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이 참 그리스도인입니다. 아무리 자녀가 수험생이라고 해도 주일에 교회에 안 보내고 학원에 보내는 사람은 참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칼빈의 신학과 삶에 비추어 봤을때 한국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개혁의 길을 소개해 주십시오.

종교개혁시대는 위대한 교회개혁의 시대였습니다. 교회를 개혁한 것은 종교개혁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종교개혁자들은 그 도구로 쓰임 받았을 뿐입니다. 종교개혁사상을 잘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옛것이라고 해서 종교개혁사상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의 사고를 집약한 구호들이 있습니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같은 것들입니다. 또 특히 깔뱅과 연관된 신앙적 좌우명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든가 "하나님 앞에서"라든가 하는 것입니다. 그 구호들의 의미를 잘 이해하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개혁의 길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진정 말씀으로 돌아가고 더욱 더 겸손해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더불어 목회자 스스로 개혁해야 할 과제는 없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믿음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믿음이란 삶의 변화입니다. 삶의 의미가 변하고 삶의 목표가 변하며 삶의 기쁨이 변하고 삶의 양식이 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변화에는 관심 없고 믿음을 그저 세속적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사이비 기복신앙일 뿐입니다. 복을 바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복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세상의 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바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회자들부터 이러한 확고한 행복관과 신앙관을 가지고 성도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목사님은 1백년의 전통을 훌쩍 넘긴 교회를 시무하고 계십니다. 목사님의 목회철학이 궁금합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목회철학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변함없이 반복해온 대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보통목회자'가 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목회자'란 정직하고 욕심 없고 겸손한 목사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목사의 기본입니다. 그것만 잘 하면 보통 목사는 된다는 것입니다. 일단 성공한 목사라는 것입니다. 은퇴할 때까지, 아니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그것을 잘 지키면 성공한 목회의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목회가 잘 안 된다고 한다면 잘 안 된 목회가 성공한 목회라는 역설을 펴고 싶습니다. 아무리 외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목회 같아도 먼저 보통 목사가 되지 못하면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보통 목사 되고 끝까지 보통 목사로 남을 수 있다면 크게 성공한 삶일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기독교의 현 위치는 자정해야 한다는 지적과 자성 또한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교회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신앙적 가치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국교회의 고도성장은 우리가 다 잘 해서 된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성숙한 교회, 성숙한 교인이라는 관점에서 돌이켜 보면 한국교회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했고 숱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은혜입니다. 대부분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도 못하며 그저 "교회를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입니다. 정부의 초고속 경제성장 드라이브와 맞물리며 그 당시는 그것이 다 그럴 수 있는 것으로 덮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법대로", "바르게"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교회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서 안 되는 것은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뭔가를 안 할 줄 아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최근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모(母)교회 의식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수시로 옮겨 다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일종의 유행에 대해서 한국교회의 모교회를 시무하시는 목회자로서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신앙생활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것도 없고 위로도 받지 못하며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없는 교회에서 무조건 순종과 봉사를 강요받으며 신앙생활을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존경할만한 목회자가 있고 예배의 감동이 있으며 성도의 교제를 통해 용기와 새 힘을 얻을 수 있고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회를 선택해 찾아갈 권리를 그 누구에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받으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드리기를 힘써야 하는 것임을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은혜가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은혜 받을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 아닌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은 다 은혜 받고 있는데 혼자 은혜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를 살펴야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를 양육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지만 실제로 교회의 관심이 적은 것도 현실입니다. 다음세대를 길러내기 위해 한국교회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서서 신앙의 전통을 자손들에게 계승시키는 일은 바로 신앙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며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을 양육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또 최선의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나 주간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악한 세상을 두려워하고 피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성경을 잘 가르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사람을 신뢰하고 서로 사랑하며 긍정적 사고를 하고 남을 섬길 줄 알게 하는 훈련장이 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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