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2 '정치가, 부자들만 구원받는다?'

영화 2012 '정치가, 부자들만 구원받는다?'

[ 문화 ] 기독교와는 거리 먼 '내 맘대로 종말론'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09년 11월 25일(수) 11:53

   
"그들이 경고한 마지막 날이 온다." 

2012년 12월 21일 지구가 최후의 날을 맞게 된다는 마야 문명의 종말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2012'가 지난 21일 국내 개봉 11일 만에 3백만 관객 고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2012 종말론'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지구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각종 컨퍼런스와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휴대용 식수 정화기 등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7일 국내 S방송 프로에서는 2012년 지구 종말론이 1999년 유행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보다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갖췄다고 소개하며 '지구 종말론'을 집중 조명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012 현상'이란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12 종말론에 불씨를 붙인 영화 '2012'에 대중은 왜 집중하고 있는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수목사(장신대 출강)는 "'2012'는 어떤 종교적인 이유나 인간의 죄에 의한 종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침해적인 삶에서 그 원인을 찾지도 않는다. 순전히 태양계의 순환운동과 태양의 이상 현상이 미친 지구의 변화로 인한 재앙에서 비롯되는 종말을 다루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라며 "영화에서는 자연의 재앙을 동반하는 지구의 종말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우연이면서도 운명적인 사건에 직면해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종말의 순간에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는 지구의 지각변동을 짤막하게 언급할 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재난장면으로 돌입한다. 지진으로 대형 쇼핑센터가 둘로 갈라지는 장면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LA 도심 주차타워에서 자동차가 비처럼 쏟아지고, 고가도로가 주저앉는다. 고층빌딩은 성냥갑처럼 무너져 내리고, 지진으로 초토화된 LA는 태평양 아래로 가라앉는 비극적 장관이 이어진다. 

또 지진과 화산폭발에서 쓰나미까지 불어 닥치고,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거대한 예수상이 무너지고, 해일에 하늘로 솟은 항공모함은 백악관 위로 떨어진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화산지대로 변하고, 쓰나미는 에베레스트 턱밑까지 차오른다. 끝내는 대륙의 형태까지 바뀌고 마지막에는 구조선이 등장하며 부자와 정치지도자, 동물들이 탑승하는 장면을 과감히 연출한다. 

이에 대해 최성수목사는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성경, 특히 노아의 홍수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 관객으로서 다소 거북했던 것은 구조선에 탑승하게 되는 조건이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 그리고 10억 유로를 지불할 만한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라며 "종교적인 종말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원을 위한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과 부자들이 구원의 대상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은 종말론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소망의 이유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찾는다. 왜냐하면 부활은 하나님의 약속이 얼마나 신실한지를 입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2에서와 같은 환경재앙이든, 아니면 인류의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든, 어떤 형태의 종말이 오든 우리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의 구원을 기대하는 가운데, 소망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국내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제작자 헤롤드 클로저는 "지구가 2012년 망한다는 건 영화일 뿐"이라고 못 박는가 하면, "2012년 지구 종말을 믿느냐?"는 질문에 감독 역시 "믿지 않는다"며 영화는 단지 영화로 봐 줄 것을 주문했다. 

심판과 구원의 결정은 오직 하나님에게 있으며, 인간은 오직 그리스도와의 관계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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