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안동교회, 창립 1백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구레네시몬' 초연
▲ 안동교회는 지난 27일 창립 1백주년을 기념해 창작오페라 '구레네시몬'을 초연했다. |
정교한 외형과 아름다운 음색을 자랑하는 파이프오르간의 연주와 함께 군중들의 합창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지난 9월 27일 안동교회(황영태목사 시무) 창립 1백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구레네시몬'의 막이 내렸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감동에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그칠줄 몰랐다. 기념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예배당의 1, 2층 전 좌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서서 공연을 관람했을만큼 교회는 정통교회음악에 목마른 이들로 가득찼다. "한국교회를 위해 안동교회가 내놓는 큰 선물"이라는 원로 유경재목사의 표현과 바람대로 '구레네시몬'은 한국교회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안동교회는 지난 80주년에도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작곡가 크리스티안 다비드교수의 교회오페라 '엠마오로 가는 길'을 공연한 바 있다. 이번 창작오페라는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교회오페라 대본작가 헤르베르트 포크(Herbert Vogg)에게 대본을 의뢰했고 10년간 안동교회 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비엔나에 거주하고 있는 양기승집사가 곡을 썼다.
교회가 작가에게 제시한 것은 '구레네시몬'이라는 다섯글자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고 사건들을 형성, 마침내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지난해 12월 롯시니 오페라 '모세'를 연출한 장수동대표(서울오페라앙상블)와 소리얼필하모닉 체임버 오케스트라(단장:박상근 악장:고진영), 안동교회 찬양대(지휘:최덕천)가 출연했다.
▲ 소리얼필하모닉 체임버 오케스트라, 안동교회 지휘자 최덕천집사가 지휘를 맡았다. |
바로 이때 나단 부부의 초연한 고백이 이어진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취하시는 자도 여호와이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을지어다." 시몬의 극적인 회심이 이어지면서 극은 절정에 달했다. "내가 지고 가던 십자가를 그가 풀어주셨네. 골고다에서. 험한 십자가, 거기 누우셨네."
무대위 박수갈채를 받기까지 과정 또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교회 최초로 순수하게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의 시도는 일찍이 교회음악문화 보급에 앞장서온 안동교회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도저히 안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상당히 무모했죠. 준비하는 동안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계속 갖고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완성도를 좀더 높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지휘자 최덕천집사의 말이다.
▲ 군중으로 합창에 참여한 안동교회 찬양대 모습. |
그럼에도 강행한 것은 교회음악이 유행에 민감한 CCM이나 복음성가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교회음악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균형을 찾기 위함이었다고. 이는 "다음세대를 위한 의무"이기도 했다. 최 집사는 "화성이나 리듬의 구조가 너무 현대적인 면이 있어서 연주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곡이었다"고 했다. 군중으로 참여한 안동교회 찬양대원들은 전공자들이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법한 곡을 처음 접하고 난색을 표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는 본인들도 너무 기뻐했다"면서 "이러한 제작과정의 노하우를 한국교회에 공개하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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