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목회현장의 도구로

책, 목회현장의 도구로

[ 교계 ] 독서의 계절 맞이, '독서목회' 이렇게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9월 21일(월) 19:40
얼마전 K교회 주일예배 설교에는 조선 후기 무역상인 임상옥(1779~1855)이 등장했다. 임상옥을 소재로한 소설 '상도'를 예화로 활용한 설교자는 임상옥이 늘 소지하던 '계영배'가 "내용물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이라고 설명한 뒤 자족하는 신앙의 중요성을 전했고, 이는 회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설교시간에 종종 등장하는 책은 목회현장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친숙한 도구다. '상도'의 경우처럼 반드시 신앙서적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설교자의 역량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양서(良書)들은 무궁무진하다. 이른바 '독서설교'에서 책은 '말씀'이라는 음식물을 소화시켜주는 '효소'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회중의 삶에 근접해있는 내용을 다루는 책 속에서 성경적인 교훈을 추출하거나 성경에 기초해 재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편이다.

독서설교가 소위 '독서목회'의 한 축이라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독서치유'다. 독서설교의 대상이 이미 교회안에 들어온 이들에 한정돼있다면 불신자들과의 접촉점을 마련하기에도 유용한 독서치유는 그 활용범위가 보다 폭넓다. 현대인은 우울증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현대인의 90%가 우울증'이라는 웃지못할 얘기가 있을 정도. 교회에서는 별도의 독서모임을 구성하거나 이미 형성된 소그룹 모임을 통해 독서치유를 도입할 수 있을 것. 독후감을 발표하면서 그 사람의 환부가 드러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소그룹 구성원의 깊은 속내를 이끌어내는 데도 책은 좋은 매개체다. 나아가 책의 내용을 소재로 치유를 위한 역할극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간접적인 차원에서 독서치유에 접근하고자 할때 효과적인 장르는 단연 소설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감으로써 자연스런 치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 행복한독서치유학교 김영아교장은 "소설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치유를 위한 독서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소설을 선정할 때 기준은 '개연성 있는 허구'에 있다. 김 교장은 "소설 주인공의 이야기를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 도입하면서 질문과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 성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독서치유의 장점을 설명했다. 즉, '동일시경험'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서 내면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고통에 대한 객관화, 거리두기 등이 가능해지면서 일종의 '통찰력'을 습득하게 된다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독서치유가 도입된 역사가 짧다. 그러나 독서치유는 최근들어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과 함께 현대인의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는 치료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람들이 독서가 단순한 지식습득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부터다. 지난 6월 출간된 '독서가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김정근지음/한울아카데미)'에서 저자가 '지식형' 독서와 직접적인 치유의 효과를 일으키는 '체험형' 독서를 구분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흐름을 반증해준다. 이 책에는 독서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치유를 경험한 18명의 체험담이 실려있어 생동감을 더한다. 그런가하면 치유의 경험은 나눔을 통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독서모임을 준비하려 한다면 '치유가 일어나는 독서모임(이영애외 공저/죠이선교회)'을 추천한다. 저자는 왜 '함께 읽어야 하는지'와 '함께 읽을 때 일어나는 치유의 효과'에 대해 역설한다. 한편 '하나님의 치유(앤드류 머리지음/생명의말씀사)'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마음학교(윤종현지음/위즈덤로드)' 등은 치유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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