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연합 정신 실종

교회 연합 정신 실종

[ 교계 ] 서회 사장 3선, 본교단 강력 대응 시사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09년 09월 14일(월) 17:22
   
▲ 지난 11일 서울의 모 음식점에서 열린 대한기독교서회 이사회. 본교단 이사들이 반대 표명 후 자리를 뜬 상태에서 만장일치로 정지강 현 사장의 3선을 통과시켰다.

사장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기독교서회 이사회(이사장:박종화)가 연합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사장의 3선을 서둘러 전격 처리해 교회연합 정신을 망각한 결의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대한기독교서회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현 정지강사장의 3선을 재석 이사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장의 3선을 가결할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본교단 소속 이사 4명은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사장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관례대로 12월에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통합 총회의 입장"이라고 강력한 반대의견을 밝히고 회의장을 나와 본교단 이사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투표가 이뤄졌다.

본교단은 정 사장의 임기가 2010년 3월까지인만큼 올 12월에 재신임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신임 논의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으나, 타교단 이사들이 "CBS 등의 연합기관들도 임기만료에 앞서 미리 사장의 재신임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재신임을 묻자"면서, 연임결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교단 총회는 이와관련, 임시 임원회를 열고 기독교서회 이사회의 일방통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회의 한 관계자는 "회원교단의 요청을 묵살하고 서회 이사회가 무리하게 사장의 3선을 허락한 것은 연합정신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질서를 바로잡고 진정한 연합의 의미를 살리기 위한 교단의 강력한 입장을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본교단 이사를 제외한 타교단 소속 이사들이 전격적으로 사장의 3선을 결정한 데는 서회 정관에 있는 사장 재신임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회 정관에는 "사장은 중임(重任)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특별히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연합기관의 수장이 연임을 넘어 3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CBS 권호경사장의 3선 시도가 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가 있다. 본교단 이사 유한귀목사는 이사회장을 떠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회원교단이 관례를 들어 12월까지 사장 신임을 유보하자고 요청하는 것을 묵살하는 것은 연합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장 3선을 무리하게 허락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기독교서회가 1988년 5월 27일 사장제로 전환된 이후 봉직했던 김소영목사와 정진원장로, 김상근목사 등이 모두 정년이나 이직 등을 이유로 연임 중(혹은 8년 임기를 마친뒤) 물러나 서회 자체적으로도 '사장 3선'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서회는 정관상의 사장 자격 조항 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사장 연임과 관련된 논의를 올 12월까지 유보하자고 요구해 온 본교단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향후 사장의 자격조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