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감동의 쓰나미…그리고 사람 냄새

재난…감동의 쓰나미…그리고 사람 냄새

[ 문화 ] 흥행돌풍 재난 영화, 기독교인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8월 12일(수) 15:56

   
▲ 재난 영화들은 인류에게 말세론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를 보면서 자연과 환경을 두려워하고 과학과 기술을 조심히 다루라는 창조주의 경고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1959년 7월 30일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는 8월 8일까지 계속되었다. 이 폭우로 사망자 15명, 수재민 5만 명, 피해액 9억 3천만환이라는 손실을 입혔다. 그렇지만 벼농사는 잘 되어 풍년을 예상케 했고, 농민들은 벼이삭이 영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9월 17일 추석날 새벽 남부지방에 태풍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시속 60마일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고 대구를 거쳐 동해로 빠져 나간 태풍은 남부지방 전역을 일순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이재민 37여만명, 사망과 실종 8백49명, 부상 2천5백33명, 건물피해 6천 동, 피해 경작지 15만 정보, 도로 유실 3천 8백개 소, 총 피해액은 2백 84억환이었다."
 
1959년 태풍 사라호 이야기다. 6.25전쟁 이후 우리 사회가 겪은 가장 큰 재해가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온 나라가 처참한 지경에 빠졌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지금도 부산 해운대 한 구석에는 그때 파도가 쓸어 올려놓은 모래더미가 언덕 위에 쌓여 있다는 얘길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 여름은 태풍 사라호가 '해운대'를 짓밟고 간지 꼭 50년이 되는 시기다. 그래서 영화 '해운대'는 21세기판 사라호 같은 느낌이다.  일본 쪽에서 시작한 지진이 대마도를 거쳐 부산 앞바다로 이어지면서, 백만 인파가 해수욕을 즐기는 뜨거운 해운대는 생지옥이 되어버린다. 2004년의 인도네시아 쓰나미가 우리 땅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공포 영화다. 물론 영화 전반에는 긴장을 마사지해주는 코믹한 대사와 장면들이 관객들의 웃음을 수시로 자아내게 해준다.
 
여름 방학 극장가에서 관중 동원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영화 '해운대', 과연 이 영화가 등장하면서 해운대의 여름 인파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해운대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여름 휴가를 그곳으로 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기분이 찜찜해서 그곳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까. 또 영화 '해운대'에는 해운대의 실제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그 현장이 재난 지역으로 화했는데, 그곳 주민들의 기분은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인류의 역사와 우리 인생은 재난의 연속이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에 이어 출애굽기에도 무서운 재앙들이 나타난다. 그후  화산폭발, 지진, 가뭄, 홍수, 전염병 등 끔찍한 재난과 재앙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일어나 우리를 늘 긴장하게 한다.
 
재난을 주제로 하는 영화가 늘어나는 건, 재난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재난은 그 유형과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화산폭발, 지진, 가뭄, 홍수, 전염병 등은 이제 고전이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재난들이 우리 삶 속에 쓰나미처럼 등장하고 있다. 통신, 교통, 유통의 혁명으로 재난도 세계화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시작된 '신종 플루'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연이 아닌 인간이 일으키는 재난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한겨울 태안에서 터진 기름 유출 사고 같은 일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최근 등장하는 재난들은 과거와 달리 인간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스스로 피해자가 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이 만든 도구들로부터 인간이 재앙을 당하는 일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디도스' 같은 사이버상의 바이러스 재앙도 현실세계의 우리를 점점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구 주위를 돌거나 우주에서 떠돌고 있는 수많은 위성들, 지구촌 곳곳에 지뢰처럼 감춰져 있는 핵폭탄과 화학무기들도 언제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다. 또한 화학과 생물, 과학이 시도하는 생명체에 대한 비윤리적인 '장난'의 결과도 끔찍하기만 하다.
 
재난 영화들은 인류에게 '말세론적 메시지'를 계속 던져준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를 보면서, '자연'과 '환경'을 두려워하고 '과학'과 '기술'을 조심히 다루라는 창조주의 경고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자연과 과학은 위대하지만 대단히 민감하다. 그래서 조금만 잘못 다뤄도 고장이 난다"는….
 
재난 자체는 무섭지만, 재난 영화는 재미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 등 새로운 영상제작 기술로 볼거리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재난 앞에서 인간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만 그려낸다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극히 무력한 존재이지만, 영화에는 언제나 닥쳐올 재난을 예견하면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는 선지자나 예언자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답답한 사람들도 함께 등장한다. 또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구하는 용감한 구세주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박수를 받는다.
 
무엇보다 남에게 피해만 주던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평생 원수처럼 살아오던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은 재난 영화가 주는 크나큰 감동이다. 재난 영화의 소재는 '재난'이지만, 주인공은 언제나 '사람'이다. 재난영화에는 감동의 쓰나미가 있다. 그래서 재난영화는 재미있다. 그래도 '재난'은 '영화'로 그쳐야 한다.

이의용장로
문학박사ㆍ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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