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꼭 필요한 책들만 만들거에요"

"세상에 꼭 필요한 책들만 만들거에요"

[ 교계 ] '꿈꾸는터'의 '출판사 너머의 출판사'를 향한 飛上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7월 17일(금) 17:56

'청년(靑年)'의 특징은 창조성으로 대변된다. 신체적 나이에 상관없이 이러한 창조성의 유무에서 알짜배기 청년과 노인이 구분된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어느날 갑자기 출판사를 차렸다. 하나님이 주신 창조성을 담보로 택한 제3의 길이었다. 어느덧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과로 12권의 책을 펴냈다.

   
▲ 왼쪽부터 디자이너 윤동혁, 편집장 이범진, 백현모대표.

지난 16일 구 마포구청사에 새 둥지를 튼 '꿈꾸는터(이하 꿈터)'의 청년들을 만났다. 대표이자 마케팅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백현모, 편집장 이범진, 디자이너 윤동혁씨, 이들에겐 2001년 숭실대 기독교학과에 입학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물론 현재 거주지가 같다는 것도. 졸업을 앞둔 당시 "즐겁게 일할 수는 없을까?"는 고민이 "기독교학도로서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로 이어지면서 꿈터의 역사도 함께 시작됐다.

전국의 신학교에 연락하고 청년들을 패널로 초청해 '한국교회의 미래'라는 포럼을 개최하는 등 이들은 '듣는 일'에서부터 시작했다. 청년들만의 목소리가 없다는 결과에 소통의 도구로서 책에 주목했고 아르바이트비를 투자해 학교내 연구실 한켠에서 '개(開)독교를 위한 변명'을 펴냈다. 안티기독교인의 용어에 대한 역발상으로 열릴 '개(開)'자를 쓴 것 또한 소통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학생신분으로 직접 책을 만들며 소통의 물꼬를 텄고 일반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책을 만들어서 자금을 마련하면 기본적인 생활과 운영이 가능한 만큼을 제외하고 또 다음 책을 만들었다. 입소문이 이들의 광고가 됐다. 오늘의 꿈꾸는 청년사업가들을 있게한 '개(開)독교를 위한 변명'에 이어 여성신학자 구미정교수의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 초신자를 위한 '40초의 고백', 사회적기업을 총괄하면서 경제분야에 이름을 올린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우찌무라 간조의 제자이자 함석헌의 친구였던 '최태용전집' 등 한눈팔새도 없이 책만 보고 달려왔다. 전집을 처음 만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복음교단의 감사패를 받으면서 눈녹듯 사라졌다.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응원했고 "저러다 말겠지"로 재단하거나 "여기는 프로의 영역"이라고 일침을 놓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으로 시작해 차가운 현실과 마주할 때마다 이들을 다시 일어나게 한 것 또한 이상이었다. 이범진씨는 "책을 만들때는 굉장히 들떠 있지만 한번씩 내놓을때마다 냉혹함에 부딪히곤 한다. 하지만 현실을 통해 절망하기 보다는 많이 배우고 있다"며 "오히려 이런 환경이기에 창조적인 상상이 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출판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정직한 분야"라며 대가를 지불하면서 내공을 쌓고 조금씩 완벽한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중에 있다고 자신들을 평가했다. 일단 사업성을 위주로 책을 만드는 것은 어떻냐고 묻자 그는 "내공이 없는데 사업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꼭 나와야 할 책'을 만들겠다는 꿈터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이다. "지금은 일종의 투자기간이라고 봐요. 미래에 대한 투자, 우리 자신과 내공으로 다져있을 꿈터를 위한 투자."

   
▲ 꿈터의 청년들에게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새 사무실은 지난 6월 꿈터가 서울시 2030 창업프로젝트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원받게 된 공간. 이들이 제안한 사업아이템은 '출판네트워크그룹'이다. 컨텐츠가 있고 책을 만들기 원하지만 출판의 경험이 없는 NGO 단체 기관 개인 등에 컨설팅을 해주고 그들만의 브랜드로 책을 만드는 데 꿈터의 출판경험을 사용하는 것. "지식은 차고 넘치는데 정리되지 않은 채로 쓰레기가 되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컨텐츠를 알리고 싶어 하지만 상업성이 없는 책들은 출판사들에서도 서자 취급을 받거든요. 우리는 이것들을 기획하고 정리하는 지식 도매상인 셈이죠." 백현모대표의 말이다.

훗날 내공이 쌓이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디자이너 윤씨는 "지금 이 일 자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며 하나님 나라와 빈곤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백 대표는 '출판사 너머의 출판사'를 꿈꾼다고 했다. "책을 만들면서 안에 들어있는 소스가 제일 중요하고 이것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장밋빛 청사진만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창조적으로 사는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들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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