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흑백사진 ' 한 장'

마음 속 흑백사진 ' 한 장'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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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24일(수) 15:08

김진동/목사 ㆍ 양포교회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십년이라 생각하던 시기가 분명 우리에게 있었다. 잊고 있던 일들이 어떤 유사한 동기로 인해 떠오르는 기억들과 추억들도 있고, 빼곡한 책들 사이로 툭 떨어지며 보여지는 예전의 시간들이 주는 사진 한 장의 감동도 있다.

동네 천지가 온통 놀이터였던 어릴적 시간들, 까만 교복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복잡한 버스 속으로 오르내리던 일들, 꿈과 혈기로 충만했던 청년의 시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을 살고 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덧 중년의 시간이다. 시간이 만들어 낸 세월 앞에 누구나 이렇게 숙연해지나보다.

너무나 많은 색(色)들을 가진 지금의 시간들은 "이것은 무엇이다"라는 논법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나간 시간들은 분명 남겨진 사진 한 장이 보여 주는 것처럼 흑백의 시간은 아니었을 진대, 지금의 시간을 살고 있는 이 자리 이 시간에서 보면, 그 시간들이 빛바랜 흑백의 시간들처럼 단순하다. 그리고 단순한만큼 순백하고 정감 있다. 아련하고 깊이 있고 사려 깊다. 단순히 지나간 시간들이어서만이, 혹은 아쉬워서 만이 아니리라.

세월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아련하고 희미한 기억들을 붙잡아 회상할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진화하고 변화하고 버려지고 잊혀져가고 있다. 문명의 발전이 주는 이기와 편리함을 혜택으로 받아들이며 순응하고들 살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에 과거로의 타임머신을 기꺼이 타게 되고 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치유의 힘이, 우리에게 고통이었을지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그것이 부끄러움이었을지라도 반성의 시간을 허락한다. 수많은 패턴과 디자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쏟아내게 하는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이렇게 우리의 마음속의 흑백사진처럼 단순하고 진솔한 시간들이 주는 보물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칼라 속에 주님의 모습 또한 너무도 다양하게 만들어 가고 있지나 않은지, 늘 한결같은 주님을 우리는 우리의 트렌드에 맞춰 정신없이 바꿔가고 있지는 않은지. 주님 또한 정신 없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건가 말이다.

지나온 시간들 속에 주님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와 동행하셨고, 말없이 동역해 오셨다. 수없이 힘든 어려움과 외로움의 시간들 속에서도 주님이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고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십년의 시간이, 일 년, 아니 하루가, 강산을 변하게 하는 시간을 살지라도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었고 엘리사의 하나님이었고 요한의 하나님이었고 오늘을 살고 있는 나의 하나님이시다.

우리의 바램이나 틀에 하나님을 맞추려는 우매한 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시간은 덧없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주관자이시며 시간의 주관자이신 창조주 하나님의 계획과 돌보심에 의해, 그분의 역사가 움직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는 이해관계가 틀린 것이 분명하다. 때로는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경이로울 뿐이고, 때로는 우리 생각과 시간의 관념과는 너무나 느긋한 태도를 보이시는 것 같아 애태울 때가 다반사지만, 하나님의 뜻과 시간은 너무나 정확하게 정확한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빛바랜 한 장의 사진처럼 우리의 지나간 시간들이, 주님의 사진첩에 하나하나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생각 없이 지나보냈던 시간들에 조심스런 반성이 생기게 된다.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교만이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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