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자살 아닌 생명의 도구 되어야

연탄, 자살 아닌 생명의 도구 되어야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4월 30일(목) 10:13

연탄불을 피워 자살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연탄은 소득반전이 없는 어려운 가정들이 경제 부담을 절감하고자 선택하는 저소득층의 유일한 난방수단이다. 그런데 서민의 연료인 이 연탄을 이용해 귀중한 생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이들이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작년 초부터 지난 4월까지 1년여 동안 연탄불로 자살한 사람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도 약 36명에 달한다. 경기불황과 경제사정이 가장 침체된 1년여 동안, 매월 평균 1.5명의 귀중한 생명이 연탄불로 자살을 했던 셈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통계청 조사만 봐도 국내 자살률은 10년새 2배나 증가했다. 특히 자살 사고는 1년중 4, 5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20일에는 강원도 영월 주천에 거주하던 여성 이모씨가 생활고를 비관하며 연탄불로 자살을 기도했다. 이렇게 강원도에서만 열흘 새 무려 12명이 연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강원도 산악지대까지 와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연탄불'이 '신(新) 자살 도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연탄불로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외로움과 무기력함, 그리고 경제적 문제로 인한 비관 때문이다. 수많은 베르테르효과를 낳았던 고 안재환씨의 연탄불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연탄불로 인한 동반자살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자살 전염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병리현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연탄은 서민들의 대표적 연료다. 경제난으로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얼어붙은 서민들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소중한 도구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kg. 보통 신생아들 몸무게와 비슷하다. 서민들은 연탄 한 장을 마치 갓난아기의 생명처럼 소중히 생각한다. 하루에 보통 한 가구당 3.4장의 연탄을 사용한다. 이 연탄으로 난방도 하고 밥도 하고 물을 데워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한다. 다 타고 난 연탄재는 겨울철 얼어붙은 길 위에 뿌려 미끄럼도 방지한다. 이렇게 연탄은 서민들의 가계부담 절감에 유용하게 쓰인다. 오롯이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희생하는 연탄. 이러한 값진 연탄으로 어떻게 목숨을 끊을 수 있겠는가. 또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데 이 연탄 한 장으로로 끌 수 있는가.

지난 2006년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서 조사한 연탄사용 에너지빈곤가구는 16만에 이른다. 연탄은행은 지난 2002년부터 7년간 7만1천8백63가구에 저소득가정에 약 1천1백20만 장의 연탄을 무료로 공급해 왔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 산하 23개의 연탄은행이 각계각층에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연탄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가정에 일일히 공급하고 있다.

연탄은 '따뜻함',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 자신을 태워 모두를 따뜻하게 하는 그 사랑은 예수님과 닮았다. 더이상 서민의 연료인 연탄불이 자살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연탄처럼 뜨겁게 생명을 사랑하며 살자.


신미애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대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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