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백주년사업위, 백주년의 덫에서 벗어나라

2. 백주년사업위, 백주년의 덫에서 벗어나라

[ 특집 ] 4월 특집 / 한국 기독교 1백주년 이후 25년을 조명한다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4월 08일(수) 15:07
   

우영수목사(서교동교회ㆍ한기총 사회위원장, 총회 역사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기독교는 한국기독교선교 1백주년이 되던 해인 1984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80년 초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결성하였는데, 협의회는 고 한경직 목사님을 구심점으로 하였지만 20개 교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등)과 26개 기독단체(YMCA, YWCA, CBS 등)가 연합한 협의체였다. 협의회는 한국 기독교 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선교기념탑 건립(인천), 순교자기념관 건립(용인), 선교기념관 건립(서울 양화진), 병원 설립(실로암안과병원), 백주년선교대회(여의도) 등 많은 사업을 전개하여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그 사업 중 하나인 양화진외국인묘원 정화사업과 선교기념관 건립은 한국 기독교 전 교파가 합심하고,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다 함께 결단한 사업이었다. 법적인 난관을 극복하고 양화진묘역을 협의회 이름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한 것과 재계 인사들의 찬조금을 받아 선교기념관을 건립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당시 백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신 분들의 대단한 노력으로 이룬 것이다.

1985년 '경성구미인묘지회'가 묘지를 증여하고 협의회가 소유권등기를 하고 묘지공원으로 가꾸면서 묘지 이름을 '서울외국인묘지공원'으로 개명하고 서울시 도시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86년 10월 선교기념관을 완공하고 '서울유니온교회'의 예배당으로 사용하게 하고 묘지공원과 선교기념관의 관리를 서울유니온교회에 일임하였다.(이상 협의회 해명서 참조) 이로써 양화진외국인묘지공원과 선교기념관은 한국 기독교 연합의 상징이고 한국교회와 선교사 간의 굳건한 신뢰와 아름다운 협력의 고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한국기독교1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의 사역은 역사에 길이 빛날 아름다운 사역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2003년 9월 협의회는 양화진묘역과 선교기념관을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하고, 선교 1백주년의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선교 2백년의 비전을 함양한다는 명분으로 양화진묘역에 '한국인연합교회'설립을 결의한다. 그리고 2005년 7월 '한국선교100주년기념교회'(담임목사 이재철)를 창립하였다.

이후 100주년기념교회와 서울유니온교회는 갈등관계에 빠지고, 2007년 8월 서울유니온교회가 선교기념관에서 쫓겨나는 사태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 사실이 국내외로 퍼져나가 많은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협의회는 설립 당시의 연합정신을 상실하였다. 한국기독교 20개 교단 및 26개 기관의 연합체임을 천명하면서도 소속 교단과 단체들에 어떤 협의를 구한 바 없다. 2007년 9월 4일 이사장 정진경목사와 기념교회 담임 이재철목사의 이름으로 "한국기독교선교백주년기념교회는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2005년 7월 10일부터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및 용인에 있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의 관리 주체로 확립하여 그 선교 정신의 계승ㆍ발전에 대한 책임을 맡긴 유일한 합법적 기관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협의회가 그 기본 정신을 망각한 처사이다.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한국선교100주년기념교회의 덫에 걸렸다.

협의회는 고 원일한 장로(언더우드 선교사 손자)를 비롯한 선교사 후손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백주년기념교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안내판을 철거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유니온 교회를 퇴출시킬 명분으로 삼았다. 본래 협의회가 설치했던 선교기념관 안내판에는 서울외국인교회(유니온교회)가 "…오늘날 서울외국인교회의 터가 된 묘지공원 안에 세우게 되었다 …(중략)… 서울외국인교회가 양화진외국인묘지공원 기념교회인 영구시설로 처음 이사 온 것은 1986년이었다…(후략)"라고 기록되어 있다. 철거한 안내판을 원상 복구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100주년기념교회는 '서울외국인묘지공원'을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는데 이는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려는 처사이다. 선교사묘원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묘원에는 선교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본래의 이름인 '서울외국인묘지공원'으로 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외국인 선교사들의 상호 존중과 신뢰의 산물인 선교기념관에서 22년간 예배를 드리던 유니온교회가 갑자기 예배 장소를 상실하게 된 것은 어떠한 명분과 권리 주장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이며 선교사들과 그 후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다.

이 사태는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외국에까지 한국교회의 배은망덕한 모습을 드러내는 부끄러움이 되고 있다. 당시 미국장로교(PCUSA) 총회 사무총장이었던 커크패트릭(Clifton Kirkpatrick) 목사는 공식 서한을 통해 "오늘의 양화진묘원 실태를 심히 유감으로 여긴다"며 우려하는 탄원을 보내왔다. 또한, 한국선교에 헌신했던 선교사 후손들의 모임 '재미한국선교사유족회' 2백1명의 연서명 탄원서도 본 교단 총회에 전달되었다. 한국교회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와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을 위해 헌신했던 내한 선교사들과 외국인들의 역사적인 헌신을 기억하고 계속적인 우애를 보여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협의회와 100주년기념교회는 더 이상 고 한경직 목사님과 고 원일한 박사의 아름다운 협력 정신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증손자 피터 언더우드는 "어느 한 사람이 양화진을 사유화 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100주년기념교회는 자체적으로 만든 정관을 통해 한국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성직을 무너뜨리고 있다. 항존직인 장로와 권사를 단순한 호칭으로 사용하여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조장하는 행위이다. 100주년기념교회가 독자적으로 정한 정관 제5조는 다음과 같다. "만 50세 이상의 여자로서 집사에 임명된 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권사라고 호칭한다. 만 60세 이상의 남자로서 집사에 임명된 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장로라고 호칭한다. 타 교회에서 장로, 권사로 임직 받은 자는 임직 받은 직분을 그대로 호칭한다. 목사로서 우리교회의 등록교인이 된 자는 남자는 장로, 여자는 권사로 호칭한다."

양화진묘원은 어느 한 교회가 독차지 할 수 없는 서울시와 한국교회의 공동유산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100주년기념교회는 한국교회의 숭고한 신앙 유산인 양화진묘원의 재산권과 운영전권을 주장하며 주일에는 묘원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한국교회 성도들의 주일 참배를 금하고 있다. 양화진묘원은 한국교회 전체의 신앙과 역사의 교육현장이다. 그렇지만 선교사와 동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내ㆍ외국인들이 묻혀 있는 역사적인 유적지이기도 하며, 서울시민들의 오랜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았다. 2001년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1백30억7천5백8십만 원을 들여 '서울외국인묘지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주차장을 건립하여 양화진묘원은 정결하고 경건하게 단장한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매 주일마다 성지 양화진외국인묘지가 주차장이 되어 시장통과 다를 바 없다. 2월 24일자 기독공보 기사 '주차장으로 둔갑된 외인묘지공원'과 3월 10일자 뉴스엔조이 기사 '양화진묘원 주차로 트집잡힌 1백주년'를 읽어보면 100주년기념교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순교자 추서 역시 독단적으로 자체 진행하려 하고 있다. 협의회는 양화진묘원과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을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히 한국교회의 선교 백주년을 기념하고자 세우는 교회였다면, 1백주년이 되던 해에 설립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20여 년이나 지난 후에 백주년기념교회를 세운 것은 많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기독교선교백주년의 아름다운 유산을 사적 소유처럼 독차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양화진외국인묘원은 설립 초기의 정신을 살려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공동유산으로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 한 교회가 독차지하여 교계와 지역사회에 마찰음을 내는 것은 연합정신에 위배된다. 협의회와 기념교회는 1백주년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