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이대로 사용해도 좋은가?

'축복' 이대로 사용해도 좋은가?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4월 02일(목) 10:37

요즈음 목사나 장로들의 설교와 기도속에서 '하나님의 축복'이 넘쳐난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과연 하나님이 누구에게 복을 빌어서 복을 내려달란 말인가?

'축복'은 복을 주는 절대자에게 복을 비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식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왜 최고의 지성인들이라 자처하는 목사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란 말을 '하나님의 축복'이라 고집하는가? 축복이라는 낱말 뜻을 몰라서도 아닐 것이고, 오직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축복이라는 말을 써야만 교인들이 모여들기 때문인 것인가?

과거에 발간된 기독교 사전 중에 축복의 뜻을 '하나님이 내리시는 복'으로, 일반 국어사전에는 '복이나 행복'으로 명시해놓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전에 있는대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도리어 큰소리 친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 성경도 '복'과 '축복'을 아무렇게나 번역할 것이지 구태여 구분해 번역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창 12: 3)에서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 내가 축복하고…"라고 번역할 것이지 "내가 복을 내리고…"라고 번역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앞의 축복은 희랍어로 '바라크', 영어로 '블레스'(bless)로, 뒤의 복도 희랍어로는 '바라크', 영어로 '블레싱'으로 사용하는데 우리성경에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복'은 그냥 복으로, 인간이 비는 복은 축복으로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복있는 사람은…"(시 1:1)의 복은 희랍어로 '아샤르'로 사용했지만 영어로는 '블레싱'으로 사용하고, 우리는 '복'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그 나라의 언어에 따라 달리 사용되어졌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경번역도 개역본 이외의 성경에서는 아직도 잘못 번역되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967년 판 '새번역 신약전서', 1971년 '공동번역' 등에서는 마태복음 25장 34절 말씀을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로 번역되어 있고, 1985년 판 '현대인의 성경' 창세기 12장 3절에서 "너를 축복하는 자를 내가 축복하고…"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영어와 일어 번역에서는 '시복(施福)' '수복(受福)' '축복(祝福)'을 '복'과 '축복'으로 구분하지 않고 영어는 '블레싱'으로, 일어는 '축복'이라는 한단어로 사용했고 중국어에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사복'(賜福)'과 '몽복'(蒙福)'으로, 인간이 비는 복은 '축복'으로 구분해서 번역, 사용한다.

복과 축복을 한 낱말로 사용한 나라는 언어 자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고, '내리는 복'과 '비는 복'이 엄연히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복'도 '축복'으로, '인간이 비는 복'도 '축복'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그게 올바른 지도자 아니겠는가? 가르치는 지도자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하니 배우는 사람들이 하나님은 누구에게 복을 빌어서 우리들을 축복하시는지 의아해 할 것은 자명한 일이고, 아브라함과 이삭, 하나님과 목사의 축복이 전부 같으니 그 축복이 그 축복이고 그 복이 그 복인가보다 생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 우리 성경 번역학자들도 교인들을 위해 간편하게 통일해서 번역하면 어떻겠는가 제안하는 바이다.

김재양
상동교회 은퇴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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