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그들의 '희망 노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그들의 '희망 노래'

[ 아름다운세상 ] 민간합창단 '서울모테트'가 이뤄낸 기적의 20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09년 04월 01일(수) 15:12
   
▲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0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 기적을 일구어 왔다.

국내 유일의 민간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서양에는 50년,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합창단도 있는데 고작 20년을 가지고 뭐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를 잘 모르시는군요?"
 
그렇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창립 20주년은 그냥 '축하한다'는 형식적인 말로 넘어가기에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대단한 업적이다. 힘들게 걸어온 이들의 발자취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열정으로 시도한 '위대한 도전'

 
한국의 클래식 음악의 인프라는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창립되던 1989년에는 지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 박치용 상임지휘자.

오죽하면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지휘자 박치용집사(백주년기념교회)가 민간합창단을 창단한다고 할 때 주위의 선배, 원로들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말렸을까? 클래식 음악이 한국처럼 취약한 나라에서 국가나 시의 후원을 받지 않고 더군다나 대기업 같이 탄탄한 재정적인 후원 없이 운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합창단도 채 5년을 못가서 해단하고 말 정도로 클래식, 특히 합창 분야의 토양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젊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박치용 씨와 열정적인 음악가들은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고 결국 오늘날 20년 전통의 우리나라 유일의 민간합창단으로 우뚝섰다.

# 국내 정삽급 합창단으로 우뚝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창단 이후 7백회가 넘는 연주활동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아 왔으며 2002년, 2005년 독일순회연주, 2002년 6.15 남북공동성명 2년 기념 평양연주,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 초청연주, 2008년 러시아 및 베트남 초청연주 등 굵직굵직한 음악 행사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합창단의 성실성과 음악적 능력이 인정되어 지난 2001년에는 서울시로부터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받았으며, 2004년 게일문화상과 올해의 예술상 음악부문 우수상, 2005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음악부문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지금은 음악성으로 인정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걸어온 길은 한 마디로 가시밭길이었다.
 
뜻을 품고 음악적 실력으로만 승부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프로페셔널 음악가'들과 직원들에게 매달 월급을 지불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치용 지휘자가 농담삼아 말하는 것처럼 "기적의 역사가 20년간 일어난 셈"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 합창단이 아니다 보니 서울모테트합창단의 급여는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합창 음악의 진수를 선보이자는 처음 취지를 지키고자 단원의 3분의 1 정도가 열악한 봉급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비록 무대에서는 화려한 의상과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박수갈채를 받지만 단원들은 무대 뒤에서는 호텔 대신 여관에서 자야했고, 싼 음식을 먹으며 버텨야 했다. 박치용 지휘자 또한 음악감독 겸 지휘자, 단장으로 1인 다(多)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힘든 생활 속에서도 공연 후 "당신들의 목소리에는 어떤 음악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소리가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노래를 통해 큰 위로를 받고 새출발을 결심했다"는 내용의 감사편지가 도착할 때면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고.

# 신앙으로도 '최정상'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민간합창단으로서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철저한 신앙 안에서 합창단을 이끌어가려고 몸부림치는 단

     
▲ 서울모테트 합창단의 연습은 말씀과 찬송으로 시작된다.
원들의 마음 자세가 이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
 
박치용 지휘자는 "교회 기관을 빼고는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음악계라고 할 수 있는데 기독교인들이 많은 이곳을 더욱 순수한 곳으로 만들자는 결심 하에 신앙 양심에 위배되는 일은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하지 않았다"며 "합창단 단원들은 모두 주님 주신 달란트를 통해 최선의 음악으로 인류에 기여하고자 모인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신앙적인 모습은 연습시간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원들은 매일 아침 연습 시작 전에 성경을 읽고 찬송가 한 장을 부른 후 연습에 돌입한다. 또한, 성가를 부를 때는 항상 작곡가의 의도를 생각해 성경을 읽듯이 깊은 묵상을 한 후 노래한다.
 
끝으로 박치용 지휘자는 "음악은 하나님의 성품과 창조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분야"라며 "음악을 통해 주님을 아는 지식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가장 정직한 음악의 실현'과 '교회음악 발전'이라는 합창단의 기본 정신을 항상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거장들의 음악들로 20주년 기념>

서울모테트합창단은 바흐, 하이든, 멘델스존, 헨델 등 거장들의 음악들로 창단 20년을 기념하기로 했다. 지난 3월 31일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 것을 시작으로 5월 31일 하이든의 '천지창조', 7월 2일 바흐의 'B단조 미사', 10월 13일 멘델스존의 합창 명곡, 12월 15일 헨델의 '메시아' 등 최고의 음악적 기술을 요하는 곡들이 연이어 공연된다.
 
박치용 지휘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인류 역사상 가장 귀한 곡들을 선택했다"며 "연주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곡들이지만 이 연주를 통해 지금까지 합창단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찬미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13세기 초에 생겨난 다성 음악 중 짧은 종교적 합창곡을 의미하는 '모테트(Motet)'라는 합창단 이름처럼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정통 종교음악을 통해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합창단의 설립 이념을 이후에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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