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키워드 결산 - 完 / 개혁

2003 키워드 결산 - 完 / 개혁

[ 교계 ]

안홍철
2003년 12월 27일(토) 00:00

 올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 들을 정리해보면 대부분 '개혁'이란 키워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2003년을 보내며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출범 후 채 1년이 못된 현 대통령의 측근이 비리로 구속돼 국민을 실망시키는가 하면 지난 대통령 선거시 불법 자금 사용으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대선 후보들의 불법선거자금의 규모가 드러나면서 그 액수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과 재벌 기업 사이, 소위 정경유착이 빚어낸 그 커넥션에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없이 추락하는 경기 침체와 서민 경제의 위축, 청년 실업 문제 등은 국민 전체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고 이로 인한 자살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라크 파병문제,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조선족 처우문제, IMF 때 보다 더 하다는 경제 불황과 이에 따른 실업문제, 부안군의 핵 폐기장 건설 반대 시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노점상들의 시위, 부동산 투기와 거품제거 문제 등 사회 각계각층의 대립과 갈등은 다시 폭력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의 시기에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적 발상에 사로잡힌 채 끝없는 소모적 정쟁을 일삼고 있으며 사회 지도층은 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보다는 소위 보신주의로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여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교회적으로도 교단장 선거에 여전히 금권ㆍ탈법 선거가 난무하여 선거법 개정 논의가 끊이질 않았고 목회자의 재산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으며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추문이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실제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목사도 있었으며 얼마 전 모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교회 지도자가 과로사냐 추락사냐 하는 의문의 죽음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일도 있었다. 마치 요나가 니느웨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다시스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가 폭풍이 일어 배에 탄 모든 이들이 각자 자기 신에게 기도할 때 선실 바닥에서 잠만 자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선장에게 당신은 왜 당신이 믿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느냐고 호통을 받는다. 믿는 사람이 불신자로부터 왜 기도하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은 것이다. 도덕적으로 가장 청렴해야할 교회 지도자들이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고서 어찌 예언자의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이 때문인지 사회 개혁에 앞서 교회 내 영적 각성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총회적으로도 지난 제88회 총회에서 총회 본부기구개혁과 기획업무 조정 등으로 인해 교단의 면모 쇄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정작 기구개혁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건만 총회 내에는 총회 실무자들의 보신주의와 원칙에 반한 행정 편의주의로 인한 관행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총회 임원회와 사업부서 간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정책 총회ㆍ사업노회'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노회 차원에서도 그동안 총회에서 해오던 사업을 당장 인수할 능력이 없다는 현실론도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개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어떤 것도 개혁의 프리즘을 지나지 않고선 다가오는 2004년을 맞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개혁의 물결에 어떻게 호응할 것인가?
 지난달 총회장 김순권 목사가 발표한 시국관련 목회서신은 이런 개혁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김 총회장은 "이런 시기에 우리 총회와 산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그리스도 예수의 뜻을 바르게 분별하여 역사에 대한 청지기와 예언자적 자세로 국가 사회의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서신은 "막대한 국가적 이익이 결부된 중차대한 사안들이 정치권의 무책임 무소신으로 인하여 표류하는 동안 국가 이익은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되고 국민적 자존심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국정의 책임을 진 위정자들과 정치권이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책임있는 정치와 행정으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목회서신은 남북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국민적 합의와 투명성에 근거한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남북간의 신뢰 구축과 민족 공동체 형성을 향한 전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전교회적 성원을 보내자고 밝혔다.
 목회서신은 시급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서로 양보와 이해의 바탕위에서 상생의 원리를 회복해야 하며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건강한 경제구조가 정착되도록 하는 일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면했다. 특히 경제적 위기 시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돌봄이 더욱 필요하다며 노숙자와 실직자, 저소득 근로자들과 외국인 근로자 등 이웃에 대한 적극적 배려를 아끼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복음증거와 교회의 영적 갱신에 더욱 매진하자며 '보혜사 성령이여 깨끗하게 하소서'라는 제88회기 총회 주제와 같이 성령의 능력에 의지하여 바른 생활, 바른 교회, 바른 나라 건설에 진력하자고 주문했다.
 한국교회는 총체적 개혁의 시대적 요청을 실감한다. 기독교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종교이다. 2003년 마지막을 맞이하여 한국교회는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한 죄책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개혁의 삶을 살아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 한국교회는 성령 안에서 영적 갱신을 이뤄 사회를 새롭게 하는 생명력 넘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는 회개하지 않고 다른 사람만 개혁하라고 강요하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에.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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