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2003년 10월 18일(토) 00:00

　지난 제86회 총회에서 전격 통과돼 진행해 온 총회 기구개혁종합시행계획의 최종단계인 3단계 총회 본부기구개혁이 제88회 총회에서 시행됨에 따라 제88회 총회는 총회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로교회 정치제도의 중심은 노회이며， 총회는 노회의 연합체 기능을 수행하면서 통제기능을 부가한 상회이다. 따라서， 총회라는 중앙집권적 기구보다 노회라는 지역적 동질성이 강한 지방분권적 기구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업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기구개혁의 핵심이다. 모든 사업， 재정， 인사문제는 노회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총회는 이를 지원， 지도하며 노회가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을 총회에서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정책 총회， 사업 노회'의 구도이다.
　그러나 기구개혁의 청사진은 완벽하지만 이를 수행해 나갈 노회의 상황은 아직 이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회 기구개혁 종합시행계획안'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미 제86회기에 시행된 1단계는 사업주체를 총회에서 노회로 전환하기 위한 상호협력단계로 노회가 주체가 되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회를 지원한 단계이다. 총회는 각 노회가 전문성과 총회 활동 경력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한 '총회 사업인수 준비위원회'를 위한 설명회를 지역단위로 이미 실시한 바 있다. 현재 총회는 노회의 사업수행에 대한 지원 및 자문체제를 갖추고 단계별로 사업 주체의 인계가 가능한 사업을 이관하고 있다. 노회는 총회와의 상호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선교와 교육사업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회의 선교구조를 효율적으로 재구성하고， 현 단계에서 주체가 되어 실시 가능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을 시행하기에 아직도 노회는 힘이 벅차 보인다. 일례로 60개 노회중 노회 총무가 있는 노회는 10여개 노회에 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총무가 없다고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노회 인수준비위원회를 원활하게 운영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재고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제87회기에 시작， 오는 2005년(제89회기)까지 진행될 '총회 정보화' 3개년 사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제87회 총회에선 총회 인트라넷을 구축했으며 이번 회기엔 총회 노회 교회 홈페이지를 연동시켜 총회 및 노회 행정업무의 전산화를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총회와 노회가 이처럼 연동된다면 '정책 총회， 사업 노회'의 커뮤니케이션은 보다 수월해질 수도 있다.
　이어 지난 제87회기 2단계는 각 노회 형편에 맞게 사업과 예산을 이관하는 단계로 노회의 사업수행체제가 갖추어 질 때까지 총회적 차원의 협력과 지원을 계속해왔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사업수행준비가 미비한 노회를 위해 지역노회선교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역단위 공동의 선교과제를 실천하고 노회 간 상호지원체제를 강화했다. 지역노회선교협의회는 교단의 21세기정책문서에 담긴 내용을 근간으로 지역공동의 선교과제를 소속 노회들과의 합의하에 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이를 공동사업으로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즉 생명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총회 전반의 사업들이 노회로 이관되는 과정에 생명살리기 운동 10년 위원회 주도하에 총회， 노회， 지역노회선교협의회의 협력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제88회 총회시 보고된 바에 따르면 현재 13개 지역선교협의회 중 아직도 11개 지역선교협의회만 구성돼 있고 2개 지역선교협의회는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총회와 노회의 역할구분은 교단 21세기정책문서에 잘 나타나 있다. 먼저， 총회는 교단의 신학적， 제도적， 선교적 통전성 유지를 위해 신앙과 신학의 방향정립， 신학교육 및 교회교육정책수립， 각종 교재출판， 교리， 헌법， 규칙， 각종 예식의 제정 및 개정， 기구개혁， 복음선교를 위한 장단기정책수립 등의 기본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총회는 교단 산하 부서 및 위원회， 산하기관들 사이의 업무 조정을 통하여 교단의 선교역량을 극대화하며， 국내외 에큐메니칼 협력관계증진 및 에큐메니칼 지도력 확보를 위한 창구역할을 수행한다. 총회는 정기적 전문종합평가를 통해 정책의 수정보완， 구조조정， 전문인력 재배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총회 총대의 입법기능， 상임부서 실행위원의 행정기능， 재판국원의 사법기능을 특성화하고 세 기능이 상호견제하며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며 예산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므로 총회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여 나간다.
　노회는 목사후보생 선발 및 총회직영신학대학교 위탁교육， 목사고시 후 임직 및 신상문제의 계속적 지도관리 업무， 전도사 및 지 교회 지도자 양성， 교회의 항존직 직원， 교회학교 교사， 남녀선교회 지도자， 청소년을 위한 교육훈련 업무를 수행한다. 노회는 총회가 결정한 주요한 정책과 사업의 집행， 교회개척 및 미자립 교회육성， 특수선교영역 확장 등을 통해 지역복음화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봉사선교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관할지역의 사회봉사선교를 주도한다. 노회는 선교사를 선발하여 총회에 위탁 훈련하고， 총회 파송 후 계속적으로 지원하며， 총회와 협력하여 선교활동을 관리하고 퇴임선교사의 임지도 주선한다. 노회는 소속 교역자의 최저생활비 평준화 및 연금제도의 정착을 통한 은퇴교역자 노후생활대책을 마련한다. 노회는 지역 내 다른 노회들， 그리고 해외동역교단 노회들과 상호협력하고 교류한다. 노회는 사업수행기능을 강화하고， 개 노회 단위로 사업수행이 불가능한 노회는 인근 노회와 연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현재 총회는 생명살리기 운동 10년 프로젝트 사업으로 세계선교협의회(CWM)로부터 약 6억원의 기금을 지원받은 상태로 이를 노회별로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총회는 각 노회가 생명살리기 운동 10년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회가 모금한 만큼 기금을 지원해주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을 하는 노회는 기금 지원을 더 많이 받게 되고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노회는 그만큼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60개 노회 ^ 6억원'이란 등식에 따라 노회당 1천만원의 사업비만을 요구하며 현재 그 모습 그대로를 고수해선 '정책총회， 사업노회， 총회훈련원'을 세 축으로 하는 상호 유기적 협력체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기구개혁이 중앙집권적인 총회구조를 개혁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에 따른 노회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같은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회는 유효한 인적 재정적 자원을 노회 차원에서 발굴， 재조직하여 보다 능동적인 사업노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