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총회장 최병곤목사 이임 인터뷰

제87회 총회장 최병곤목사 이임 인터뷰

[ 교계 ]

안홍철
2003년 09월 20일(토) 00:00

 제88회 총회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되는 이가 있다면 단연코 제87회기 총회장 최병곤 목사(청주동산교회)일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가을의 문턱에서 이임 준비를 하고 있는 최 총회장을 만나 봤다.
 "총회장으로 일하기 전에 총회 각 부서에서 골고루 봉사한 것이 큰 경험이 돼 직무 수행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전국교회가 기도해주셨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어려운 때 총회를 이끌어 오셨던 선배 총회장님들의 노고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선배들이 닦아준 터 덕분에 쉽게 한 회기를 끌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임 소감을 말하면서 최 총회장은 본인의 목회철학은 물론, 평소 '원리와 원칙'을 마음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고 강조하고 "총회를 섬기다 보니까 관행적으로 잘못된 점들이 많아 바로 잡아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다"고 한 해를 평가했다.
 최 총회장은 한 해 동안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재임기간 중 무엇보다도 총회 기구개혁이 무리없이 진행됨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총회에 기구개혁안이 상정되고, 기구개혁을 전제로 해서 공천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번 총회는 앞서가는 총회로서, 정책총회 사업노회가 한걸음 더 다가서는 총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와 함께 최 총회장은 "교단장협의회의 책임을 맡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일치와 연합을 논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고 나아가 "본교단을 중심으로 기장과 합동 등 3개 교단장이 함께 강단 교류를 하고 임원들까지 회동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최 총회장은 양 교단 총회장을 초청,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릴 때 "교인들의 반응이 흥분상태였다"고 술회하며 "한국교회 교인들은 교단을 막론하고 교회가 하나되는 것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쉬움에 대해 최 총회장은 "총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존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고 변화를 갖지 못하는 세력과 갈등을 빚었던 것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모든 것이 원리원칙이 사라지고 법대로 안할 때 문제가 발생하고 혼란이 온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형교회 지도자의 구속 등으로 한국교회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교세가 정체되는 등 일련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최 총회장은 "이제는 성장위주의 교회론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숫자가 많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교인을 교인답게 훈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밟히는 소금이 아니라 맛을 내는 소금,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총회장은 또한 "교회협과 한기총이 연합해 하나의 연합체가 돼 같은 사업과 같은 목적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기독교가 하나되어 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문화적 행사를 창조적으로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기독교가 하나된 힘으로 전 국민에게 흡인력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마다 총회 부회장 선거를 앞두고 금권ㆍ부정선거 시비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사회에 본이 되어야 할 기독교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먼저 총대들의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진정으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요건을 깊이 인식하는 가운데 계급, 지역, 신학적 차이와 편견을 떠난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회장은 "깨끗한 선거를 해야하는 데 궁여지책으로 추첨제(제비뽑기)가 나왔지만 제비뽑기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가차없이 후보에서 제명할만큼 원리원칙을 좇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순번제와 관련, 최 총회장은 "지역 안배라는 장점과 함께 함량미달의 후보가 난립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드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최선의 방안은 전국에서 자유롭게 나오는 것이고 차선의 방법은 인재가 많은 서울지역에 1회의 기회를 더 주어 서울과 지방이 격년으로 후보를 내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한 회기 동안 분주한 일정 속에 개인적인 신병으로 세계교회 순방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던 최 총회장은 "총회의 위상이 많이 향상된 것을 느꼈지만 세계교회의 아름다운 역사와 전통을 우리 교단의 내용으로, 그리고 우리 교단의 역동성을 세계교회와 나눌 수 있는 지속적인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 총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총회 부회장과 총회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전 당회원이 일치단결해 힘써준 것에 감사한다. 총회를 섬기는 동안 외국에 나갈 때하고 몸이 안좋았을 때 외에는 주일 낮 예배를 비우지 않았던 것도 기도시간 마다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준 교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한편 "본 교회와 교인들의 상황에 관심을 많이 갖지 못해 섬기고 있는 교회에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며 남은 목회기간을 충실하게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총회 부회장 후보 서울지역 정견발표회 때 '전임 총회장제'가 거론된 것과 관련, 최 총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하루도 쉬어본 날이 없었다"며 "교회 시무를 휴무하고 총회 일에 전념하는 제도는 좋다"고 밝혔다. 최 총회장은 "목사가 설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야 되겠느냐"며 "총회장은 교회를 휴무시키되 몇년씩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1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총회장은 "아마 총회장을 2년 하라면 못할 것"이라며 총회가 끝나고 나면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한 두어 주간 전화도 끊고, 아내하고 단 둘이만 쉬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고 밝히곤 특유의 호방한 웃음을 터트리며 악수를 청했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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