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시대의 흐름인가 전통의 역행인가' 대형 교회 支聖殿 논란 <하>

긴급기획/'시대의 흐름인가 전통의 역행인가' 대형 교회 支聖殿 논란 <하>

[ 교계 ]

안홍철
2005년 03월 03일(목) 00:00

 본보는 최근 수원 영통지역의 지성전 논란을 계기로 긴급진단을 준비하면서 지난주 지성전이 무엇인지, 왜 생겨났는지,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교회의 실태는 어떠한지 지성전의 의미와 발생 원인, 현황 등을 취재, 보도했다굨 이번주엔 대형교회의 상업주의적 교세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 지적받는 지성전에 대한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편집자 註>

 본보 공동취재팀은 지성전에 대한 신학자와 목회자의 의견을 취재하는 중 본교회의 원격조정 아래 본교회의 유명 브랜드 이미지를 내걸고 지역 교회에 폐해를 끼치는 부정적 사례와 함께 교회 개척 이론 중에는 큰 교회의 재정적 후원에 힘입어 개척된 교회가 재정이 자립할 때까지 지성전 형태를 유지하다가 후에 독립하는 것이 안정적이란 견해도 접하게 됐다.
 지성전에 대한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지성전이라는 개념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부터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장점도 있으나 위성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 혹은 인사 행정에서 독립적이지 못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 총회장이자 청량리중앙교회 원로목사인 임택진 목사는 "교회가 설립되면 모두 똑같은 교회"라고 전제하고 "지성전에서 본교회 목사의 설교를 틀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것은 예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 목사는 "본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듣는데 있어 자리가 좁아서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교회 건축을 새로 해서 함께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서 지성전 방식의 확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일반 교회에서 낮 예배시 교육관에서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예배 드리는 것은 자리가 좁아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위성예배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장래를 위해서 절대로 있어선 안될 일"이라 지적했다.
 또한 전 총회장이자 한국기독교학술원장인 이종성박사는 지성전에 대해 "윤리적이기보다는 성서적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지성전은 한 목회자를 영웅시하는 것"이라면서 "각 개체교회는 개체교회로서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책임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 코이노니아를 두텁게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교회"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중앙에서 지성전에 메시지를 전하고 자기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하는 것은 "개인의 영웅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며 성서적 신학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노영상교수(기독교와문화) 역시 위성 교회의 확산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 패러미터(paramet-
er)교회를 예로 들면서 "부목사를 파송하는 방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목회자 개인이 사재를 털어서 개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모교회가 재정을 지원하되, 인사 행정은 독립적으로 하고 설교 역시 파송목사가 하는 것이라면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예배는 명백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회에서는 교회 목회자의 목회적인 돌봄이 중요하다는 것.
 반면 그는 "중앙집중적인 교회 개척 방식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힘들게 개척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 그는 더 나아가 "총회나 노회가 교회 개척에 전체적인 플랜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부천 온누리 비전교회의 경우 재정문제로 폐쇄 직전이었던 기존 교회의 부채를 탕감하고 온누리 브랜드의 교회를 설립한 케이스굨 기존교회는 목회자가 교회를 매매하려고 해 교회 내 갈등으로 교회가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 이에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온누리교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부천에 남아있던 빚을 청산하고 또한 부목사가 파송돼 예배를 일정기간 인도했다. 이 과정을 통해 부천온누리교회로 새롭게 탄생한 것. 온누리교회는 부천에 사는 교인들을 그리로 보내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현재 'Acts 29'운동을 통해 국내외에 30개 교회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굨 지난번 영통지역 온누리비전교회의 경우 이 과정에서 지역교회와 갈등이 발생했었고 현재는 완전한 독립교회로 분리키로 해 문제가 일단락됐다굨
 정경호교수(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는 "지성전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미식축구의 기본 컨셉이 '땅 뺏기'이듯, 미국 선교사들의 전통적인 선교 전략은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서, "미국 교회 자체가 종교개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개교회주의적이고 교파주의적인 모습이 많은데 우리가 비판없이 받아들인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성전은 인간 중심적인 교회요, 교회가 기업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큰 교회가 각종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웃의 문제에 관심이 없고 교회를 넓히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면 결국 제국주의적이고 비신앙적이며 비윤리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대안교회나 민중교회의 설 자리가 없어짐으로 교회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교회 성장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주연도 목사(광주동성교회)는 "교회란 목회자의 특성과 비전이 있기 마련인데 앵무새 처럼 흉내내면 발전이 없다"고 지적하고 "만일 그런식의 목회를 한다면 본교회 목회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지성전도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 경고했다. 주목사는 "장로교회에서 그런 행정체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으며 특히 위성 TV 수신 예배에 대해 예배론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목사는 "집에 앉아서 TV를 통해 설교만 듣는다고 하면 출석 교회보다 더 유능하고 훌륭한 설교를 들을 수 있을테지만 예배는 인격이 참여해야 참다운 예배"라고 강조하고 "그것은 어른에게 인사할 때 직접하는 것이 인사이지 TV를 통해 하는 것은 인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굨 주목사는 "목회자가 지도력이 뛰어나서 영향력을 많이 발휘하는 것은 좋지만 자기가 다 움켜쥐고 휘하에 두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성전과 관련, 본보 열린광장을 통해 독자가 지적한 명성교회(김삼환목사)의 경우 교회측에 확인한 결과 목동과 분당, 상계, 일산, 하남 등지에 있는 처소는 지성전과는 성격이 다른 새벽기도를 위한 지역 기도실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굨
 지역 기도실은 원거리 교인을 위해 새벽기도만을 드리고 주일예배는 본교회에서만 드린다는 것. 각 지역 처소에서 새벽기도는 1주일 내내 한다. 인원은 적게는 1백 명에서 많게는 5백여 명 선. 명성교회가 기도실을 만들게 된 것은 새벽기도를 본 교회에서 드리고 싶다는 요청 때문. 그러나 형식은 본당에서 드리는 예배를 위성중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새벽예배에 대한 요청은 구리, 남양주 등에도 있지만 현재로선 더 이상의 확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굨 지역 기도처는 현재 5시에만 새벽기도를 열고 있다. 한편 일산이나 분당에서는 주일날 교회학교는 운영하고 있다.
 목동에 있는 목양의교회(임장재목사 시무)는 일산지역 개발로 교인들이 일산으로 이주, 불가피하게 새로운 예배처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담임 목사가 목동과 일산을 오가며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개봉동에 있는 광진교회(민경설목사) 역시 시화에 예배처소를 개척했다. 일종의 지성전 형태로 담임 목사가 개봉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시화로 가서 예배를 드린다. 이 두 교회의 경우, 현재는 지성전 형태를 갖고 있지만 위성설교가 아닌 담임목사의 직접 설교로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독립할 뜻을 보여 교회 개척의 중간단계로 보는 것이 더 가깝다굨
 그런가 하면 송파구에 소재한 새벽교회(이승영목사)는 분당과 진천에 각기 처소를 지니고 있는데 일반적인 지성전 개념과는 다른 시스템을 도입, 지성전에 대한 대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교회는 '하나님, 인간, 자연'을 주제로 서울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분당에서는 '이웃에 평화', 진천에서는 '자연과의 긍휼'사역을 중심으로 한 테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담임 이승영 목사는 "서울에 교회가 있고, 분당과 진천에 지성전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삼원관계로 하나의 교회로 이뤄가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주5일 근무제를 내다보고 세운 처소"라 설명하는 이 목사는 지교회나 지성전이 아니라 자신의 목회철학을 펼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서울에서는 전통적인 목회를 구현하고 분당은 평화 센터로서, 진천에서는 자연을 체험하는 수련장으로서 테마별로 운영하는 것이다. 부목사가 인도하기도 하고, 주일 저녁에는 서울에선 설교를 하고 분당에서 찬양을 하는 등 쌍방향으로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거기에 매월 1차례 저녁에 평화기도회를 분당에서 개최, 전체 교인들이 분당에 모인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가 중앙집중적인 교회 개척 방식으로 지성전을 도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단 것이 교계의 지적이다굨 그러나 위성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과 인사 행정에서 독립적이지 못한 부분은 문제가 있으나 개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본교회가 재정을 지원하되, 인사 행정은 독립적으로 하고 설교 역시 파송목사가 한다면 교회 개척의 중간단계로 용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굨
 한 사람의 지도력이 뛰어나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중앙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제어해야 한다는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일종의 '메시아 컴플렉스(Messianic complex)'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굨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개인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이 땅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굨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임원진 wjlim@kidokongbo.com
이상훈 shlee@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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