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 설문 분석

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 설문 분석

[ 교계 ]

안홍철
2003년 07월 19일(토) 00:00

 현재 총회가 시행하고 있는 총회 부회장 선거 방안인 '지역 순번제'와 관련, 지역에 따라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고갈되거나 미처 준비되지 못한 경우가 발생, 소위 함량 미달의 후보가 난립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88회 총회를 앞두고 지역순번제 개편안이 조심스레 수면 위로 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논란은 현 선거제도와 관련해 본보가 제88회 총회를 앞두고 총회 총대 3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밝혀졌는데 현행 지역순번제에 대해서는 55%(1백65명)의 응답자가 '개편 내지는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44.3%(1백33명)의 응답자가 지역 화합과 기회 균등 차원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역순번제의 개편 내지 폐지가 우세하긴 했으나 오랜 기간 균형과 조화를 이뤄온 좋은 전통이라는 주장과 함께 현 체제의 유지를 희망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어 사실상 지역순번제 논란은 백중세이다.
 지역순번제를 '완전 폐지하고 자유경선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2.3%(97명)였으며 '수도권(서울강남, 서울강북) 지역과 중부, 동부, 서부 지역의 출마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22.7%(68명)로 나타났다.
 한편 현 체제 유지를 원한 응답자의 69%(1백33명 중 92명)가 수도권 지역이 아닌 중부 동부 서부지역 노회원들이어서 뚜렷한 지역 편차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지역순번제를 하되 수도권과 지역의 회수를 조정하는 절충안의 경우는 91%(68명 중 62명)가 수도권 지역 노회 회원들로 나타나 지역순번제에 대한 개편 요구가 수도권 지역 노회에 팽배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완전 폐지 및 자유 경선을 주장한 97명의 응답자 중 재경 18개 지역 노회 소속 회원은 50명이었고 나머지 47명은 중부, 이북노회와 동부, 서부지역 노회원들이어서 완전 폐지를 통해 '전국구 지도자'를 선출하기 바라는 응답자들은 지역 정서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총회 총대들은 현행 선거의 문제점을 '도덕성 결여'(57.3%) '선거제도의 미비'(13.3%) '비효율적인 운영'(12.3%) 순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현행 선거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에 대한 설문에서도 '금품 수수 관행'(41.7%), '투표방식'(17.7%) '학연, 지연 등의 인맥 타파'(15%) '선관위의 권한 강화'(10.7%) 순으로 집계돼 이는 선거가 금권, 불법, 타락으로 치닫고 있는 현상에 대한 총대들 스스로의 통렬한 자성의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 중에 일부 응답자는 개인적인 사견을 들어 "현행 선거는 제도나 운영,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 지적하고 "차나 식사 대접은 예사고 거마비 조로 주고받는 금품의 단위가 정말 자그마한 마음인 '촌지(寸志)'의 수준을 넘어 어마어마하다"며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선 선거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여름철이 휴가 기간이고 수련회 기간이긴 하지만 유독 지역별 목사장로 선교대회나 각 기관 전국대회나 총회가 후보 등록이 끝난 직후에 몰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라며 "과열경쟁을 하는 후보들도 문제이지만 이를 부추키는 유권자 그룹이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응답자는 "한 후보 진영이 지역에 인사차 들르면 다른 후보들도 앞다퉈 들르게 되고 이런 일이 총회를 앞두고 막판에 한차례 더 있어 후보당 각각 두 번씩의 향응을 대접받는다"며 "총대들 중에 이것을 즐기는 이들도 꽤 있다"고 실상을 폭로했다.
 한편 이런 선거 분위기가 극에 달하면서 지난해 총회에선 '추첨제'시행안이 규칙부로 넘겨져 연구 중인데 추첨제와 관련한 질문에서 추첨제가 완전한 방안은 아니지만 현 선거 문제의 대안으로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62.3%(1백87명)를 차지해 주목을 끌었다. 반대는 32.7%(98명)에 그친 반면 '적극 찬성한다'가 27%(81명), '제도 보완하면 찬성한다'라고 응답한 총대가 35.3%(1백6명)로 집계돼 추첨제가 완벽한 선거제도는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적극 찬성'의 경우 목사는 49.3%(40명), 장로는 50.6%(41명)로 나타났고 '제도 보완한다면 찬성'의 경우는 목사 57.5%(61명), 장로 42.5%(45명)로 나타나 적극 찬성의 경우 목사, 장로의 입장이 대동소이했으나 제도 보완하면 찬성한다는 입장은 목사의 경우가 더 많았다.
 찬성한 응답자 중엔 "현 선거제도는 제도적 모순이 많아 불법 타락 선거를 뿌리 뽑을 수 없다"며 추첨제를 지지한다고 말했으나 "추첨제 역시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고 후보자와 총대들의 의식이 변화되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라도 추첨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추첨제'를 반대하는 응답자 98명을 대상으로 반대 이유를 설문한 결과 44.6%인 45명의 응답자가 '후보자의 정책검증 부재', '의외의 인물이 선출될 여지'가 32.7%(33명),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가 6.9%(7명), '시기상조'가 5%(5명) 기타 8.9%(9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 입장을 밝힌 응답자 중 한 사람은 "본교단 총회장은 우리나라 대통령에 버금가는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대표성이 없는 추첨제를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회가 선거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해서 추첨제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사회를 이끌어가는 예언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힌 응답자가 있었다. 한편 '반대'의 경우 목사는 28.7%(43명)였고 장로는 36%(54명)로 장로의 수가 더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수년 동안 총회 부회장 선거와 관련, 갖가지 불법, 타락, 금권 선거 등 잡음이 일면서 총회가 심각한 중병에 걸렸음을 총대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인식만으론 곤란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제88회 총회 선거를 앞두고 총대들에게 거는 기대는 바로 '아는 것을 넘어 행하는 것'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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