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해외교회

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해외교회

[ 교계 ]

안홍철
2003년 07월 12일(토) 00:00

 한국교회는 유럽이나 미국 교회에 비할 수 없는 짧은 역사이지만 급격한 성장으로 세계교회를 놀라게 했으며 사회적으로도 지대한 역할을 감당했다. 선교 초기 병원과 학교를 통해 개화에 일조했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앞장섰는가 하면 전후 시대 경건절제운동을 펼쳐 나라를 살렸으며 군사정권 시절엔 민주화 인권운동, 80년대 이후 남북평화를 위한 노력 등 한국 근대사와 함께 하며 언제나 등불과 같은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는 그 빛을 잃고 사회의 신망을 저버리게 됐다.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위 명예욕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진행되는 금권불법 선거 운동이 바로 단적인 예. 교회의 지도자 선출을 마치 매관매직처럼 하고있는 한국교회의 부도덕함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한국교회는 공신력을 잃고 교회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본보는 지난호에서 본 교단과 합동, 감리교 등 한국교회 전체 교세의 과반수를 상회하는 3대 교단이 교단장 선거에 있어 오랜기간 유지해온 기존 선거제도를 재고하고 추첨제 실시를 고려하는 것에 대해 그 원인과 배경에 주목해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 3개 교단은 추첨제가 비록 완벽한 선거제도는 아닐지라도 차선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기존 방식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파생되는 부정을 막고 공명선거를 위해 한시적이나마 상징적으로라도 실시해야 하는 제도로 추첨제를 꼽고 있는 것.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 부정 문제의 중심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추첨제를 실시해도 후보자나 유권자가 변하지 않는다면 금권 부정 시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의 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장로교회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와 민주주의를 꽃피운 미국의 장로교회는 어떤 선거제도를 취하고 있을까?
 장로교회의 오랜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스코틀랜드교회(Church of Scot land)의 총회장 선거는 직접 선거가 아닌 간접선거 형식을 취하고 있다굨 5월에 정기총회가 끝나면 그 해 10월에 인선위원회(committee of the Assembly)가 조직된다. 이 인선위원회가 차기 총회장 인선작업에 돌입한다굨 인선위원회에서 철저한 검증과 조사를 마친 후 한 인물을 선정하면 동 위원회는 추천된 인물을 그 이듬해 총회에 추천하고 총대들은 총회 첫 날 인선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에 대한 승인, 혹은 거부권 행사 만으로 가부를 결정한다굨
 이변이 없는 한 인선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이 총회장이 된다. 총대들의 참여 없이 인선위원회의 추천만으로 이뤄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총회장 인선에 별다른 잡음이 없는 까닭은 인선위원회의 차기 총회장 인선 과정과 결과가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굨
 따라서 스코틀랜드 교회는 인선위원회의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조사를 통한 투명한 인선과정에 대해 총대들이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냄으로써 선거 과열 현상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총대들이 인선위원회에 갖는 절대적인 믿음과 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공정하고 철저한 절차를 밟아 투명한 인선과정을 거치는 위원회로 인해 스코틀랜드 교회는 제도적으로 선거운동이란 용어 자체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스코틀랜드 교회는 비록 간접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믿음과 화합으로 하나님 마음에 합한 지도자를 선출하기에 아무런 잡음이 일지 않는 성숙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장로교회는 민주적인 절차와 함께 투명하고 실제적이며 공정한 선거, 성숙한 운영이란 면에서 스코틀랜드 교회와 흡사하다.
 미국장로교회(PCUSA)의 총회장은 내각제 하의 대통령직과 유사하다. 공식적으로 교단을 대표하지만 실제적인 많은 업무는 사무총장(Stated Clerk)이 관장하고 총회장은 총회 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교단을 대표한다. 총회장 후보는 노회가 추천하고 선거비용은 1천 달러이하로 제한되어 있고 선거 당일 사용처를 총회 앞에 공개해야 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후보들이 당일 각기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부스를 개설하여 선거운동을 한다는 점. 그러나 우리네 선거운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후보자를 비롯한 운동원들은 부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들은 총대들이 후보측 부스를 방문하면 그 안에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홍보책자 등을 통해 정책을 설명하고 간단한 차와 쿠키를 대접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이다.
 올해의 경우 최저 비용 후보자가 5백90달러, 최고 비용을 사용한 후보자는 7백70달러였다고 한다. 또한 사용 내역이 소견발표시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다.
 총회장은 개회당일 직접선거로 선출되는데 추천자의 5분간 추천연설, 후보자의 5분간 소견 발표에 이어 1~3시간동안 총대들과 자문대표들이 후보자들을 상대로 질의하는 자격 검증 시간을 갖는다. 질문자는 사전 선정되지 않고 현장에서 신청자중 총회장이 지명하여 발언하게 하고 질문에 대하여 모든 후보가 견해를 밝혀야 하는데 이 때 후보자의 진면목이 밝혀짐으로 총대들이 이 시간에 지지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선거는 전자투표로 실시하는데, 자문위원들의 모의 투표가 있고 이어서 총대들이 순간적으로(8초 이내) 투표하여 과반득표자가 당선된다.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투표는 개표까지 1~2분의 시간이 소요돼지만 발표는 개표 결과를 출력해서 서기를 거쳐 총회장에게 전달돼 공표하게 된다.
 당선자 발표만큼은 디지털이 아닌 고전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간소한 선거운동과 상세한 비용 공개, 철저한 자격검증을 통해 이뤄지는 미국장로교회의 선거는 과열이나 불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스코틀랜드 교회의 선거제도는 간접선거이지만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인선과정, 또한 인선위원회의 결정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총대 의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으며 미국장로교회의 경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와 정책대결, 또한 투명한 선거비용 공개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다. 양국 교회의 이러한 선거방식은 현재 선거개혁을 부르짖으며 새로운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부정직하거나 성숙하지 못하다면 이 모든 것이 분토와 같음을 한국교회는 명심해야 한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