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특집/ "장묘문화 바꿔야 후손이 산다"

설날특집/ "장묘문화 바꿔야 후손이 산다"

[ 교계 ]

안홍철
2003년 01월 25일(토) 00:00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묘지 면적은 국토(남한) 면적 9만9천8백제곱킬로미터의 1퍼센트인 9백82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있으며 이것은 서울시 면적(6백5㎢)의 1.5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서, 매년 20여만 기의 분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해마다 여의도만한 땅덩어리가 묘지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 생겨나는 묘지도 문제지만 주인 없는 무연고 묘지는 묘지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서울은 앞으로 2년, 수도권은 5년, 전국적으로는 10년 내외에 집단 묘지의 공급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계속 이런 추세로 매장식 장례를 치른다면 결국엔 '전 국토의 묘지화'가 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현재 전국에는 전체 분묘의 30∼40 퍼센트인 약 7백50만 기의 무연고 묘지가 있다고 하니 장차 우리 다음 세대들은 '묘지와의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생활 공간이 점점 묘지에 밀려 이용 가능한 국토가 모두 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 2001년 대한주택공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주택 면적은 5.2평인 반면 우리 강토에 설치된 분묘의 평균면적은 15평이다. 아파트 고층의 공간 면적까지 계수하여 헤아린 산 사람의 주거면적이 죽은 자에 비해 1/3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요즘 신설되는 묘지의 위치가 옛날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묘지들이 대부분 산 속에 위치했지만, 요즘은 도로변과 논, 밭 근처에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국토에서 쓸 만한 땅들이 이처럼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는 것.
 이제 '화장이냐, 매장이냐'를 논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해마다 여의도만한 땅덩어리가 묘지로 잠식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장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당위성을 갖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죽은 사람을 장례하는 법은 환경과 문화, 전통에 따라서 매장과 화장, 수장, 풍장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매장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화장법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교계 일각에선 화장법이 몸의 부활신앙과 대립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신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부활의 몸은 생존시에 지녔던 육체의 소생이나 재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어주시는 '영적 몸이요 신령한 몸'(고전 15:35∼49)이기 때문이다.
 수 년 전 한 재벌 총수의 죽음과 그의 장례에 대한 의식이 우리 사회 장례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적이 있다. 그는 자기보다 수개월 앞서 간 부인의 시신을 무덤에서 옮겨 화장하게 하였고 자신도 화장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원하면 화장을 하라고 납골당을 건설했다. 그의 죽음은 매장 중심의 장묘 문화에 젖어있는 우리들에게 화장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장묘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묘지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사업용지 확보 등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 70 퍼센트의 분묘가 개인묘지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개인묘지는 사실상 허가받지 않은 불법 묘지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의 장묘 관행이 지속된다면 수도권은 3년 이내, 전국적으로는 10년 이내에 집단묘지 공급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화장율을 높이고 납골묘 납골당 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화장시설이 일본이나 유럽 등에 비해 낙후되어 있고 납골묘와 납골당 시설 역시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부족한데다가 지역 이기주의 등으로 확대 설치가 어려운 점들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묘지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당국과 지자체 입법기관 등의 정책적 의지가 취약하여 법률개정 이외에 예산의 편성 및 투자, 관련기관 조직단체 등을 통한 결집된 개선노력이 거의 없는 무정책 상태에서 지내다보니 오히려 묘지문제를 가중시켜 왔다.
 일본은 화장이 가장 보편화된 나라 중 하나이다. '천황만 제외하고는 모두 화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장은 일반화돼 있다. 일본 오사카, 삿포로, 나고야, 히로시마 등은 사망자 전부가 1백퍼센트 화장을 거쳐 유골만 납골당이나 납골묘지에 안치된다.
 지난 해 일본 전체 사망자 중 97.6 퍼센트가 화장을 했다고 한다. 일본이 이처럼 세계 최고의 화장율을 기록하는 나라가 된 것은 땅 덩어리가 좁은 섬나라 특유의 토지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화장을 유도, 장려한 일본 정부의 강력한 행정지도가 주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묘지가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거나,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는 등 묘지가 음산한 곳이 아닌 시민들의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매장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화장이 거의 1백 퍼센트이며 영국은 70 퍼센트 이상이 화장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나 독일은 아직 매장중심의 장묘관습이 일반적이지만 묘지크기가 2.5㎡ 정도로 작고 집단묘지와 가족합장묘 등으로 묘지를 공원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 기독교장례문화협의회가 창립됐다. 현재 경기도 일산에 1만평 규모의 기독교 전용 추모관(납골당)을 건축 중에 있으며 앞으로 합리적인 장례문화의 정착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재단법인을 설립해서 각종 사회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교단별로 혹은 교회별로 묘지 조성을 하느라고 경쟁적이었던 교회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화장이 일반적인 장묘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솔선수범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화장이 장례방법으로서 경건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장묘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과 사회의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장묘 제도의 개선에는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 정부는 2001년 2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개인묘지 평수를 24 평에서 9 평으로, 집단묘지는 9 평에서 3 평으로 축소하였으나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 0.5~1 평을, 가까운 일본에서 1~1.5 평을 묘지면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묘지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분묘 설치 기간을 기본적으로 15 년으로 정하고 3회에 한하여 15 년씩 연장하여 최장 60 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경우 화장율이 50퍼센트에 이르는 등 전국적으로 화장문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된 유골을 납골시설에 안치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 공설 화장장과 납골시설 설치의 의무화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사회의 인식이 장묘제에서 화장제로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묘 문제는 환경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생명 가치관에서도 중대한 문제이다. 장묘문화의 개선은 나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될 때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 시신 기증 1석2조 ●

 최근 들어 새로운 장묘 문화의 일환으로 시신기증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시신기증은 의학교육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화장으로 이어져 묘지를 통한 국토 잠식을 줄일 수 있고 자연 훼손과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시신기증에 동참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교인들과 함께 유명 인사들과 대학생 등 계층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에는 전 총회장인 임택진 목사 부부가 이미 수년 전에 시신 기증을 한 상태이고 이외에도 교회를 중심으로 시신기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본교단 안동 도원교회 박종석목사는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교인들과 함께 시신기증에 동참했다. 평양노회 큰빛교회 교인 3백 명도 담임 박영득목사와 함께 시신기증을 한 바 있다. 진주남노회 사천읍교회 김세봉목사와 서울강북노회 창말교회 윤동석목사 등도 교인들과 함께 국제기증센터를 통해 시신기증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6년부터 시신기증운동에 동참해 온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의예과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미 세인들에게 잘 알려져진 사례 가운데 하나다. 해부학 연구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시신을 기증하기로 약속한 이들은 현재 3백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sj@kidokongbo.com


● 교회, 납골묘 관심 증가

 교회 차원에서 묘지 동산을 갖고 있는 일부 교회에선 묘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어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납골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서울강남노회 소망교회(곽선희목사)는 지난 1993년부터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소망수양관 뜰에 10평 면적의 성도의 묘를 마련해 놓고 있다. 2미터 높이의 비석을 세워 놓은 성도의 묘는 납골당의 형식이 아니라 화장한 후에 남은 재를 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소망교회는 별세한 교인들의 30퍼센트가 성도의 묘로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락교회와 사랑의교회 등 교회 차원에서 묘지 동산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교회에선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납골당 건립에 대한 계획만 세워놓고 있다. 개교회가 이러한 비용을 마련하는 데는 사실 어려움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 연합사업으로 납골당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회장례문화진흥회(대표회장:홍순우)는 내달에 경기도 양평지역에 2만 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을 마련한다.
 최근들어 본교단 총회 차원에서도 납골묘 설치에 대한 헌의가 올라와 현재 관련 부서인 사회부를 중심으로 납골당 건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납골당 건립은 거리상의 문제를 감안할 때, 총회 차원보다는 노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김성진 ksj@kidokongbo.com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