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북한 접경지역 선교지 방문 동행취재기

한기총 북한 접경지역 선교지 방문 동행취재기

[ 교계 ]

안홍철
1998년 10월 17일(토) 00:00

선교는 순교다. 언더우드 아펜셀러 선교사가 이 땅에 복음을 들고 찾아오기 전 토마스 목사
가 대동강에서 흘린 순교의 피로 시작된 이 땅의 복음의 역사는 이제 2세기를 훌쩍 넘어가
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여성위원회(위원장:김옥자) 임원단 15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지
난 2일까지 4박5일간 그 옛날 벽안의 선교사가 복음을 들고왔다가 참수당한 두만강 접경 지
역과 중국 내륙을 방문하여 중국선교와 북한 선교, 특히 탈북자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현지
선교사들을 만나 그들의 사역현장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宣敎는 곧 殉敎

현재 중국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선교사의 수는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독특한 삼자교회 정책과 아울러 중국 공안(公安)의 감시가 삼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
분 지하 처소교회를 섬기며 지하 신학교를 통해 지도자를 양육하는 사역을 한다. 그런데 한
기총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지하 처소교회 사역은 물론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들에
게 식량을 지원하는 일과 함께 놀랍게도 탈북자를 선교사로 양육하는 일이었다.

◈脫北者를 宣敎師로

방문단은 먼저 탈북자들이 은둔하고 있다는 「탈북자 사랑방(미션 홈 센터)」을 가 보았다.
중국 도심지역 아파트 월세값은 한화로 15만원 정도. 3개월에 한번 꼴로 거처를 옮겨다닌다
고 한다. 이유는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방문단은 4개조로 나뉘어 조선족 지하교회 전도자의
안내로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안과 주변의 눈을 피해가며 시내의 허름한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숨가쁘게 뛰어 올라갔다. 안에서 한참이 지난후 조심스럽게 밖의 사람을 확인한 후
에 문을 열어 주었다.

어렵게 4명의 탈북자를 만났다. 38세된 백 아무개씨. 그는 평양에서 운전 기사였다고 한다.
처와 딸 둘, 그리고 동생을 두고 홀로 나왔다. 지난해 6월 압록강을 헤엄쳐 건너 도피생활을
하다가 10월 경 지하 교회의 보호를 받게됐으며 올 2월 한기총이 관리하고 있는 이 곳으로
오게됐다고. 현재 그는 6개월 동안 성경을 30독 했다. 그는 1천독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1
천독을 하게되는 날 다시 북한에 들어가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4시에 기상, 5시까지 새벽 기도를 하고 5시부터 6시 30분까지 「례배」, 6
시 30분부터 8시까지 식사와 아침 운동(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없기에 이들의 운동은 필수
조건이다)을 하고 8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성경학습, 11시 30분부터 2시까지 점심식사와 낮
잠,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학습, 5시부터 6시 30분까지 자체 복습,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저
녁식사, 8시부터 10시까지 기도와 「례배」, 복습을 한후 10시에 취침을 한다.

◈민족의 福音統一 이루소서

그의 머리맡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 민족의 복음 통일
이룩하자」란 글귀가 붙어있었다. 그는 또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특별 찬양을 해야겠
다며 「복음 통일가」라는 것을 불러주었는데 그 가사는 이렇다.

『(1) 그 옛날 동방에 빛나던 예루살렘, 어이해 무너졌나 주님 슬퍼하신다 / 오 주여 우리를
보내소서 북녘의 내 형제를 위하여 / 한 제단에 엎드려 례배하게 하소서 / 오 주여 우리에
게 복음 통일 주옵소서 /(2) 지난날 주님께 사랑받던 형제들, 모두 다 어디 갔나 주님 부르
고 계신다 / 오 주여 우리를 보내소서 중국의 내 동포를 위하여 / 그리스도 계절을 꽃 피우
게 하소서 / 오 주여 우리에게 복음 통일 주옵소서 /(3) 잃은 양 하나가 천하보다 귀한데
수없이 버려진 양 주님 탄식하신다 / 오 주여 우리를 보내소서 세계의 내 형제를 위하여 /
타는 불길 되어서 온 세계를 밝히리 / 오 주여 우리에게 복음 통일 주옵소서』

눈 감고 하늘을 우러러 찬양하는 그의 얼굴은 배고픔을 못 견뎌 목숨을 걸고 넘어온 탈북자
의 얼굴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 구원 받은 사람의 감격이 배어있었다.

또 다른 탈북자 3인은 한 가족. 아버지 이 모씨(61세)와 남매. 아들이 지난 2월 먼저 넘어
오고 뒤따라 4월경 아버지와 딸이 압록강을 건너왔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이들은 지금
신앙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리스도를 영접했으나 딸은 주
체사상을 고수,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 아버지는 국경을 넘은지 보름 만에 중풍
을 앓게돼 한쪽 팔이 부자유스럽고 딸은 뚜렷한 이유 없이 시름 시름 아프다. 그러나 이들
은 탈북자 신세인지라 함부로 병원에도 갈 수 없는 형편.

◈飢餓 대책과 함께 醫療 지원 절실

한기총에서 파송된 K 선교사는 『이러한 탈북자 사랑방이 30여 곳에 수백여 명이나 되고
있다』며 『이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도 큰 일이지만 병든 몸을 치료할 수 없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로써 의약품 지원과 함께 의료 선교사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이제 곧 다가올 이곳의 겨울은 그야말로 살을 에는 혹한인데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이다 얼어죽는 일도 불을 보듯 뻔하지만 대책을 세울길 없어 답답하다』고 말
했다.

현재 한기총이 벌이고 있는 대북 선교 프로젝트는 조선족을 통한 간접 선교와 탈북자들을
통한 직접 선교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북한 주민을 접촉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조
선족을 훈련시켜 그들을 통해 선교하는 방안과 탈북자를 직접 훈련시켜 복음의 사도로 재
입북시키는 방안이다.

K선교사는 이곳에서 「사장」, 「선생」이란 호칭으로 불려지고 있다. 그는 가내 수공업 형
태의 사업체를 현지에 만들어 조선족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1차적으로 복음을 전달한다.
이들 중에서 지도자를 선발, 지하 신학교에서 2년여 과정을 거친 후 처소 교회를 관리하게
한다.

◈접경지역 식량지원 농장

한기총은 또한 두만강 접경 지역에 40여만 평의 땅을 임대, 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처소교회 교인들인데 품을 주는 일꾼도 여럿 있다. 그가 북한과 불과
1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의 땅을 개간하여 감자를 심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식
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트랙터도 한 대 구입해서 수확이 한결 쉬워졌다. 방문단이 농장을 방문했을때에도
부대자루로 2-30여개 분량의 감자가 담겨져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북한 주민들이 와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K선교사는 내년부터는 염소와 송아지도 길러 겨울에 대동강 물이 얼면 북으로 보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K선교사는 『이곳에서 선교 사역이 발각되면 선교사는 추방당하고 처소교회는 무너져버리
게 된다』면서 『순교한다는 각오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자
주 접하지만 이곳에서 보면 투명성이 희박하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같이 무모해 보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날이 곧 오게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만강 위의 시신 한구

두만강 접경지역을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두만강 하류에 떠있는 시체 한구를 발견했
다. 행색으로 보아 틀림없는 탈북자의 시신이었다. 시신이 물에 불어 상의가 찢어져 있었고
피부색이 변색돼 있는 것으로 보아 4-5일 지난 시체 같아 보였다.

자유를 찾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단지 굶주림을 면해 보고자 했을 우리의 형제, 강을 건너지
도 못하고 죽은 모습에 방문단 일행은 충격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실감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북한 선교에 있어 연합보다는 개 교단 중심 혹은 물량주의적이고 과시주
의적인 방법들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역사란 한사람 영웅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하
나님의 방법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 그러므로 이 사역이야말로 범 교단적으로 연합할
때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본교단을 비롯, 이번 방문단에 참가한 10여개 교단 여성 대표
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이 선교 사역에 한국교회의 힘이 결집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홍철부장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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