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필 사인에 책임을 지십시오"

기자수첩/ "자필 사인에 책임을 지십시오"

[ 교계 ]

안홍철
2003년 05월 03일(토) 00:00

 제88회 총회가 5개월 앞으로 다가 옴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경합을 벌일 총회 부회장 후보들에 대한 노회 추천이 마무리돼 그 윤곽이 드러났다. 금년 총회는 지역순환제에 의해 동부지역 노회에서 세명의 후보가 노회의 추천을 받았다. 후보자들은 총회가 개회되기 90일 전까지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쳐야 정식 후보로 등록된다.  이번 선거는 어쩌면 기존 방식으로 선출하는 마지막 선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지난 제87회 총회에서 현행 선거 제도로서는 금권ㆍ탈법선거를 바꾸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면서 '제비뽑기'가 결의돼 시행 세칙 안을 1년간 연구, 금번 총회에 보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춘계 노회가 끝나고 나면 후보 진영은 바빠진다. 본래 총회 부회장 후보 홍보활동은 총회가 열리기 3개월 전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돼 있다. 그러나 후보 예정자들은 노회에서 추천받은 이후부터 사실상 암묵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어떻게 하면 총회 부회장 선거가 불법ㆍ타락ㆍ금품 선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마다 후보들은 본보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여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필 사인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다짐과 자필 사인에 책임 있게 활동한 후보들은 사실 손으로 꼽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총회장은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이로서 명예와 권위를 중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에 참여한 모 총대는 존경해서 뽑은 게 아니라 단순히 무언가 받았다는 일말의 양심(?)으로 뽑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바른 선거문화를 이루는 일에는 후보자 못지않게 투표권을 가진 총대들의 소신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선거문화를 통해 후보자 뿐 아니라 총대들도 함께 노력하여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권위 있는 총회장이 되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비단 기자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안홍철 부국장대우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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