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색의 3 · 1절 행사

기자수첩/ 3색의 3 · 1절 행사

[ 교계 ]

안홍철
2003년 03월 08일(토) 00:00

지난 1일, 3ㆍ1절 84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모두가 한결같이 3ㆍ1정신을 이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화해, 평화통일을 주제로 열렸는데 그 중 교계가 참여한 행사는 대략 세 가지. 북한 종교인 대표단 1백여 명이 참가한 3.1민족대회와 '반핵ㆍ반김ㆍ자유통일'을 내걸고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3.1절 국민대회, 그리고 여의도에서 열린 3.1절 구국금식기도회 등이다.

 이들 세 가지 3ㆍ1절 행사는 명칭만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대회 성격이나 주최측의 이념은 판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3.1 민족대회는 남한의 7대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북한의 4대 종단이 포함된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양측 주체. 이번 대회는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북한 종교인이 남한을 방문, 직접 종교행사에 참여한 것으로서 일부 종단 종교집회 중 정치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는 일도 있었지만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는 게 세평이다.

 한편 북한 대표단이 도착하는 날 시청 앞 광장에선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3.1절 국민대회가 개최됐다. 국민대회측은 "남북한 7천만 민족이 총궐기하여 북한의 핵무장 전쟁 책동 대남공작을 저지하고 자유통일을 달성하자"면서 "주한미군 철수 반대, 한미공조 만세" 등을 외치며 우리 사회의 보수층 목소리를 강도높게 대변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오후 3시 여의도에서 열린 구국기도회도 "안보없는 곳에 평화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시청앞 국민대회와는 달리 차분한 기도회 성격을 띠었다.

 주최측은 가급적 정치성을 배제하고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평등을 위한 기도와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렸던 것. 아마도 지난 1,2차 시청앞 기도회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싶었다. 이들은 "계급, 성, 지역, 학력, 연령의 차별이 사라지고 주님 안에서 평등과 공존의 발전을 이루는 국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한편 이날 헌금을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돕기에 쓰기로 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몸을 내던졌던 선열들의 함성이 터졌던 3월 1일. 그 후 84년, 서울 하늘 아래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나라와 민족, 통일의 문제를 두고 3인3색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과연 이러고도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라고 할 수 있는지,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안홍철 부국장대우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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