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은 SOFA

`소파'에 앉은 SOFA

[ 교계 ]

안홍철
2000년 07월 29일(토) 00:00

지난 26일은 한국전쟁 초기 충북 영동 노근리에서 미군에 의해 4백여 명의 피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비참하게 살상을 당한 소위 `노근리 학살사건'이 발생한지 5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반세기를 맞아 노근리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며, 미국과 한국정부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결의를 다지고자 역사의 현장에서 눈물의 50주년 추모제를 가졌다.

지난 50년간 미국정부는 노근리 사건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건을 부인하고 거짓말을 해왔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한·미 양국 간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조사를 차일피일 지연시켰으며,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가해 미군들의 증언과 구체적인 미군문서까지 나왔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 정부는 최근 매향리 사격장 문제, 미8군 독극물(포름 알데히드) 한강 무단 방류사건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 표명을 유보, 한국 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 L.A. 타임즈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일본에 비해 미군 범죄 혐의자 처리 권한 등에 있어 한국에 차별적이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일미군의 범죄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민에게 정식 사과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오키나와 총영사와 지역 미해군사령관이 오키나와 지사에게 머리숙여 사죄한 것과 비교하면 유독 한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가 아닌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김재열)도 최근 SOFA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서한을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주한 미국 보스워스 대사에게 전달했다. 인권위는 서한을 통해 "SOFA가 우리 사회 민주화 진행과 다르게 주권침해와 함께 양국 간의 관계를 심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SOFA 개정 협상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잘못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불평등투성이인 SOFA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국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고 우리는 `바닥'에 앉아 있게 될 것이다. 미국측의 성실한 태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안홍철 편집부장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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