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동역자들

하나님의 동역자들

[ 현장칼럼 ]

황주연 관장
2024년 07월 17일(수) 08:38
얼마 전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아이디어를 주고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준 유관기관 동역자가 퇴임하게 되어 평소 유대가 깊은 몇 분이 조촐한 송별회 자리를 가졌다.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만났지만 행정가로, 복지실천가로, 장애당사자로 각자가 처한 삶의 현장은 많이 달랐다.

그 장애당사자는 국가를 상대로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당사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앞장서 왔고, 필자는 복지실천가로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수많은 장애인과 가족, 지역 주민을 만나는 일을 해 왔다.

행정가로 시작해 이제 퇴임을 맞는 그분도 물론 현장에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고 지원하는 일을 하셨고 그동안 어떤 보람과 어떤 아쉬움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말씀하셔서 주로 그분의 30년의 소회를 가만히 경청하는 자리였다.

필자 역시 현장에서 일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분의 퇴임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유독 마음이 쓰였다.

시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출발지도 목적지도 잊어버린 채 정신 없이 떠밀려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요사이 가끔 들곤 한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재앙을 만나 사람을 대면하기 힘들었고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태어나 비대면이 익숙한 MZ세대에서 인구 보너스 시대에 태어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지난 30년을 규정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 함께 나누고 성장했던 시간을 꼽을 것이다.

한 알의 밀알처럼 각자 이곳 저곳에 뿌려져서 이 땅에 장애인 복지의 아픔과 성장을 함께 나누던 많은 동역자들이 내게는 늘 말씀이 되고 찬양이 되고 축복의 통로가 되어 주었음에 항상 감사하며 오늘도 묵묵히 이 길을 걷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고린도전서 3:9)."

황주연 관장 /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운영법인 동안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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