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섬김으로 싹트는 복음의 씨앗

돌봄과 섬김으로 싹트는 복음의 씨앗

[ 작은것이희망이다 ] 평남노회 함께가는교회 이주민 사역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7월 15일(월) 07:37
한국어가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한국어 1대1 멘토링.
출산한 나이지리아 부부 가정을 찾은 이영규 목사.
【 충북 청주=김동현 기자】 낯선 환경과 생소한 문화, 나와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막막함과 외로움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이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하고, 언어도 능숙하지 못한 유학생·근로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평남노회 함께가는교회(이영규 목사 시무)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민들을 찾아 꾸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들이 삶을 건강하게 세워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로 개척 5년차를 맞는 이영규 목사는 교회가 설립되기 전인 2015년부터 인근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돕는 상담사로 활동해왔다. 그저 유학생들을 섬기고자 재능기부 차원의 자원봉사로 시작한 상담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이주민들과 그들을 돕는 손길들을 잇는 플랫폼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목사는 상담이나 여러 루트로 만나게 된 외국인 유학생·근로자들을 상담한 후, 그들의 필요를 파악해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의 유관기관 및 크리스찬들과 협력해 돕고 있다.

인근 대학교 유학생과 상담 중인 이영규 목사.
이주민들의 필요는 진로상담부터 법률적인 문제까지 다양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가장 많은 필요를 느끼는 부분은 단연 한국어 실력 향상이다. 한국어 공부를 일정 수준 하고 와도 학업이나 일상생활을 원활히 하기엔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한국에 와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을 돕기 위해 이 목사는 '한국어 1대1 멘토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학생 한 명과 지역의 한국인 멘토 한 명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멘토링의 기간은 유학생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진행된다.

멘토들은 이주민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자원한 크리스찬들이다. 소속된 교회도, 교단도 다 다르지만 유학생들을 섬기고자 하는 열정으로 함께하고 있다. 대부분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낮에 시간을 내 멘토링에 참여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낮에 유학생과 만남을 가지고 한국어를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일상적 돌봄도 함께 병행한다. 한국어 교육을 전공한 이들은 아니지만, 낯선 한국 땅에서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손길을 내미는 한국인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로 이주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멘토들의 따뜻한 관심과 돌봄 아래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6개월이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다.

함께가는교회는 한국어 멘토링 외에도 법률 복지 의료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돕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근로자들은 한국인과는 또 다른 어려움들을 겪는데, 대표적인 것이 주거 문제다. 이들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집을 내어주는 것을 꺼리는 집 주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흑인이거나 동남아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어를 잘한다면 어떻게든 방을 구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안 되면 방 한 칸 얻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목사는 부동산과 집 주인을 찾아가 이들을 설득하고 일종의 보증인의 역할을 감당해 외국인 유학생·근로자들이 집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의료나 법률 문제 같이 이 목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은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크리스찬 의사나 변호사와 협력한다. 교회 이름으로 쿠폰을 발행해 이것을 병원에 내면 치료비를 거의 받지 않거나, 무료 법률 상담 및 변호를 해주는 식이다. 더불어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찾아 혜택을 받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

함께가는교회와 지역 크리스찬들의 따뜻한 돌봄 속에 외국인 유학생·근로자들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복음의 씨앗이 심긴다. 지난 2016년 박사과정 유학생으로 와 교회 박공규 권사에게 멘토링을 받은 몽골인 푸제 씨는 "박 권사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정말 따뜻한 돌봄을 받았다. 박 권사 부부가 가족처럼 우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뭔가 다른 사람들이다'라는 것을 느꼈다"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들이 믿는 하나님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크리스찬들이 나를 섬겨준 것처럼 나도 앞으로 다른 지체들을 섬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푸제 씨는 현재 함께가는교회 몽골 공동체의 리더로 유학생과 근로자, 이주민들을 섬기고 있으며, 향후 고국으로 돌아가 몽골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비전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선교사로 헌신한 후 고국으로 파송 받은 이들도 있다. 현재 함께가는교회는 지난 7월 7일 파송한 몽골 오랑자야 선교사를 비롯해 캄보디아와 몽골 등으로 3명의 외국인 유학생·근로자를 교수와 CEO 선교사로 파송했다. 이들은 현지 교회와 학교 등에서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사역들을 이어가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고, 매해 이뤄지는 함께가는교회의 선교적 지원을 현지 교회와 잇는 다리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 고국 몽골로 파송을 받은 오랑자야 선교사.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서 이주민 선교는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영규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주민 선교와 역파송을 통한 선교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저출생·고령화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이주민이 주목받으며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외국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인 노동인력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2012년 약 8만 명에 불과했던 유학생은 10년만인 2022년 18만 여 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30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민청 설립도 현재 논의 중에 있다.

이 목사는 "해외에 나가서 하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 곁에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와 있고 앞으로 이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들이 주님을 만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복음의 통로가 된다면 외국인 선교사보다 더 많은 열매들을 맺을 수 있다"며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나라에 많은 외국인들을 보내주고 계신데, 이 기회를 우리 한국교회가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들과 고국 사이 복음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차원에서 함께가는교회는 오는 7월 29일 이주민들과 함께 고국의 가족들을 직접 찾아가 전도하는 단기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단기선교에는 몽골 공동체 구성원 15명이 몽골의 가족들을 찾아 전도할 계획이다. 이번 선교를 위해 몽골 공동체 구성원들은 ‘내가 만난 예수님’을 주제로 한 영상을 직접 녹화해 준비했다.

"이주민 선교는 맨 땅에 헤딩하는 일"이라는 이 목사는 이주민 선교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끊임없이 들여야 하는 사역이기에 작은 교회로서 겪는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광야에 홀로 있는 것 같은 막막함 가운데서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늘 경험한다"고 고백한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민들을 찾아 돌보는 함께가는교회의 섬김은 복음의 씨앗이 되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