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와 “듣.나.누!”

가위바위보와 “듣.나.누!”

[ 목양칼럼 ]

김신일 목사
2024년 07월 17일(수) 13:11
2013년에 출판된 강수돌의 '팔꿈치 사회'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팔꿈치로 상대를 쿡쿡 치면서 제치고 이겨야만 하는 무한경쟁 사회로 규명한다. 나의 욕망을 채우고자 남을 넘어지게 하고, 나보다 위에 있는 이를 끌어내려야만 하는 시대가 우리가 사는 지금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절대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고, 그들과 다르게 살면 나와 내 자식만 뒤쳐진다는 위기감에 교회 다니는 이들조차 오직 이기고 더 많이 가지려는 급발진을 멈추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에 있는 '이기는 자'의 이김과 오늘 우리가 사는 '이김'은 아주 다른 말이다. 전자는 고난과 박해 중에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고자 순종하며 인내하는, 그래서 마침내 마지막 그날에 승리하는 자로 인정받는 이김이다. 반면, 후자는 무한경쟁에서 오직 자기의 이익만 채우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탐욕을 부풀리는 이김이다.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입으로는 요한계시록의 이김을 바라지만, 실질 삶에서는 세상의 이김만을 갈망하지 않는가? 예수님 믿는 이들조차 그들이 이기고 싶은, 그 인생 길에 방해된다면, 삼위일체 하나님조차 이기려고 하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경쟁으로만 가득하다는 생각이다.

부여 홍산에서 목회하는 친구 목사의 꿈 이야기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한 사람씩 예수님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계속 보자기만 내신다. 예수님과 가위바위보를 하려는 사람들이 그 상황을 파악하고 계속 가위를 낸다. 예수님은 연거푸 지기만 하고 예수님께 가위를 내서 이긴 사람들은 좋아하며 예수님 앞을 지나간다. 친구 목사는 마음이 아팠고 속이 상했다. 마침내 자기 차례가 되어 그는 바위를 냈고, 예수님은 여전히 보자기를 냈다. 예수님이 이겼고, 친구 목사는 졌다. 예수님이 그를 보시면서 씩 웃으셨다. 친구 마음이 예수님 마음이었고, 예수님 마음이 친구 마음이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이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이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다.

삼위일체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야 하고, 그렇게 그분의 영광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 우리가 왜 이기려고만 할까? 심지어 왜 하나님도 이기려고 할까? 듣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듣는 귀가 있어야겠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들은 말씀대로 살 수 있을지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날마다 매일매일 해야 한다.

나누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듣는 이는 말씀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를 고백하니 당연히 남의 말도 듣는다. 타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들어야 한다. 그리고 받은 주님의 은혜를 그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누려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들었고, 타인의 말도 들었다. 이제 함께 들은 말씀과 그 은혜를 삶에서 누려야 한다.

"듣.나.누!" 사전에 없는 말이다. 필자가 만든 말이니까. "하나님 말씀을 듣고 나누며 누리자!"라는 의미다.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받았다. "목사님, 하고 계신 목회 프로그램이 무엇입니까?" "목회 프로그램?" 그것이 무엇일까? 행정력? 기획력? 아님 풍부한 경험?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교인들과 성경 읽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것이 바로 목회 프로그램입니다"라고 한다.

교인들과 성경을 읽으면서 필자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에 좋은 책이 많습니다. 훌륭한 성경공부 책도 많습니다. 탁월한 목사님들의 설교집도 많습니다. 그러나 교과서는 분명 성경뿐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참고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 만나는 날까지 함께 모여 '듣.나.누!'합시다." '듣나누'로 세상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김신일 목사 / 성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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