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허락 30주년을 맞이하며

여성안수 허락 30주년을 맞이하며

[ 주간논단 ]

은정화 장로
2024년 07월 16일(화) 07:00
미국 북장로교회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1930년대 여성 치리권을 통과시키기까지 1세기가 넘게 걸렸다. 여성참정권의 역사는 그보다도 훨씬 길다. 이렇게 보면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1956년 여성 장로제도가 시행되고, 1977년 첫 여성 목사가 배출된 것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였다.

우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여성안수를 허락한 후 1996년 첫 여성 목사가 배출됐다. 이 일의 시작점은 1933년 제22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여성에게 치리권을 허락해 달라는 함경남도 장로회 소속 '최영혜'라는 인물이다. 첫 번째 해 103명, 두 번째 해는 539명의 교회 여성이 대표가 되어 청원을 주도했다.

이들은 왜 이런 고단한 걸음을 걷기 시작했을까? 당시 조선에서 여성의 사회적 상황과 여성에 대한 시각을 생각하면 도전해 봐야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무모한 일이었는데도 "우리를 구원해 주신 내 주의 허락하신 말씀을 믿고 의지하며 이 일을 성취하는 날까지 약한 무릎을 꿇고 주님께 기도하나이다"라는 최영혜의 기도문에서 우리는 찾을 수 있으며, 하나님께서 여성과 남성에게 허락하신 사역들이 오묘하신 경륜 안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성안수 30주년이 지난 오늘, 여성 목회자는 노회와 총회에서 활동이 거의 미미하며 교회 내에서도 여성 목회자들은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108회기 총회 보고서에 의하면 본 교단 전체 성도 중 여성 성도는 57.45%인데, 여성 목회자는 12.57%, 여장로는 5.17%, 총회 여성 총대는 2.47%라고 보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교회마다 여장로가 선출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1995년 여장로 안수를 제도화했으나 여장로 안수는 별로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궁여지책으로 여장로 할당제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부여된 성직의 권위가 교회 당회와 총회에서 제대로 발휘되려면 성별과 직분이 균형 잡힌 조직 개편과 더불어 남성과 여성이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먼저 여성의 성(性)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고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존귀함을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동역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함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고 양성평등한 믿음 생활을 이루어가야 한다. 또한 남성들과 함께 교회와 총회의 정책·행정·기획에 관여하고 중요한 결정에도 동참하여 여성 리더십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와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성안수 허락 3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무엇보다도 유능한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여성과 남성을 부르시고 사역을 맡기신 뜻을 헤아리며, 오묘하신 하나님의 경륜 안에서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며, 하나님 나라 확장의 도구로써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

다원화된 시대의 여성 목회를 위한 자세와 함께 변화하는 목회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하여 주도면밀한 전문성과 특수성을 잘 정립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며, 여성들의 모성애적인 사랑과 서로의 리더십을 존중해주는 인격의 변화도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



은정화 장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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